“美, 더 진전된 기술” 트윗서 러 자존심 건드리기도 
 러 당국 “방사능 한때 16배 상승” 첫 공식 인정 
지난해 7월 16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헬싱키=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주 러시아 해군훈련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5명 사망)가 신형 핵추진미사일 시험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우리는 비슷하지만 더 진전된 기술이 있다”고 밝혔다. 이달 2일 미ㆍ러 간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폐기를 계기로 두 나라의 핵 군비 경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공개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이 사고에 따른 방사능 유출 사실을 이날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고 나서 주변 지역 환경 오염 우려도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에서 실패한 미사일 폭발에 대해 많이 파악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스카이폴’ 폭발로 사람들이 시설 주변, 그 너머 지역의 공기를 걱정하게 됐다.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러시아 북부 세베로드빈스크시 인근 해상 군사훈련장(뇨노크사 미사일 시험장)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폭발 직후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지역의 방사능 수준은 정상”이라며 핵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현지 지역 언론은 “방사선 수치가 잠깐 동안 평소의 200배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 신무기 관련 폭발 사고 지점. 그래픽=신동준 기자

문제는 해당 폭발이 러시아의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9M730 부레베스트닉’과 관련돼 있을 공산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SSC-X-9 스카이폴’이라고 명명한 이 미사일은 지난해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구 어디든 도달할 수 있다. 천하무적”이라고 자랑했던 신형 무기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보당국이 8일 사고를 ‘부레베스트닉’이라는 이름의 열핵추진 대륙간 순항 미사일 시제품의 시험 도중 일어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NYT 보도를 확인하고 ‘방사성 물질 누출 위험’을 시사하는 동시에, 미국을 사정거리로 하는 무기를 개발 중인 러시아에 보낸 경고장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초 ‘핵분열 물질을 활용한 에너지원 연구 중 발생한 사고’라고만 해명했던 러시아 측도 결국 ‘신무기 관련성’을 인정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폭발로 숨진 연구진 5명이 소속된 러시아 원자력공사 ‘로스아톰’의 알렉세이 리하초프 사장은 이날 영결식에서 “새로운 특수제품 시험 과정에서 비극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수제품’이란 러시아 군수산업계에서 무기나 군사장비 시제품을 일컫는 용어다. 리하초프 사장은 “그들을 기억하는 최선의 길은 이들 특수제품에 대한 우리의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조국의 과제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된 방사능 유출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기상환경감시청 자료를 인용, 폭발 사고 이후 인근 지역의 방사능 수준이 평소보다 최소 4배, 최대 16배 증가했다가 2시간 후쯤부터 서서히 정상화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와 관련, NYT는 “미 관리들은 이번 사고를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이후 최악의 핵 사고 중 하나일 것으로 본다”며 “러시아 정부의 느리고 비밀스런 대응이 주변 지역에 불안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번 폭발로 인한 방사능이 핀란드 등 유럽 인근 국가로 확산된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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