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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공항, 시위대 재집결에 또 셧다운… 中은 무력진압 연일 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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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공항, 시위대 재집결에 또 셧다운… 中은 무력진압 연일 엄포

입력
2019.08.13 17:39
수정
2019.08.14 02:5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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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명 시위대 몰려 국제공항 문 연 지 한나절 만에 아수라장으로

경찰, 후추 스프레이 뿌리는 등 심야까지 시위대와 물리적 충돌도

볼턴 “자치권 이행은 중국 의무” 中 “어떤 국가든 관여 용납 안해”

13일 밤 홍콩국제공항에서 진압 경찰이 반송환법 시위대를 향해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13일 밤 홍콩국제공항에서 진압 경찰이 반송환법 시위대를 향해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홍콩국제공항이 13일 한나절 만에 다시 셧다운(업무정지)됐다. 사상 초유의 공항 마비 사태가 이틀째 지속되자 미국과 중국도 득달같이 달려들면서 홍콩 사태는 외부 세력의 대리전 양상이 더 뚜렷해졌다.

시민들은 당초 목표인 법안 저지에 일단 성공했지만, 11주간 격렬하게 지속된 시위에 경제가 마비돼 홍콩은 금융과 교통의 허브라는 오랜 명성마저 위태로운 처지다. 중국이 무력 진압 카드를 꺼내 위협하고 홍콩 정부도 폭도를 엄벌하겠다고 가세하자, 이에 분노한 시위대가 결사항전으로 맞서면서 홍콩은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이 사방에 깔린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날 밤 공항에선 일부 시위대와 진압 경찰 간 물리적 충돌마저 발생했다.

1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후3시(현지시간) 들어 시위대의 상징인 검은 옷을 입은 수백 명의 시민들이 공항으로 향했다. 한때 5,000여명에 달했던 시위대가 밤 사이 물러가면서 9일부터 나흘간 연좌시위가 벌어졌던 홍콩 국제공항은 모처럼 한산한 분위기 속에 이날 오전6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다시 시위대가 수천명으로 급속히 불어나자 수속절차를 밟을 수 없어 오후4시30분부터 일부 도착편을 제외한 항공기 이륙이 전면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는 승객의 출국을 차단했고, 속히 홍콩을 뜨려는 관광객이 뒤엉키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게다가 이날 밤 늦게 일부 시위대가 공항 청사 바깥에 서 있는 경찰 밴 차량을 막아 서자 결국 경찰이 이들을 향해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AFP통신은 “최소 2명의 시위자가 체포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 홍콩의 관문인 공항을 타깃으로 한 시위대의 의도는 적중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 등 우방국이 일제히 중국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12일(영국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을 찾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997년 홍콩의 자치권을 인정한 영국과 중국 간 반환협정을 거론하며 “협정을 이행하는 것은 중국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홍콩 시위를 배후 조종하고 있다는 중국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볼턴 보좌관의 영국 방문은 홍콩 사태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일 “홍콩 시위는 폭동”이라면서도 “중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나 몰라라 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의 무력개입설이 불거지면서 영국과 중국은 홍콩의 자치권을 놓고 이미 설전을 주고받은 바 있다.

미 공화당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트위터에 “홍콩 시민들은 중국 공산당이 자치권과 자유를 침해하려는 것에 용감하게 맞서고 있다”며 “어떠한 폭력적인 탄압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예 경고 메시지를 적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기자회견을 통해 “홍콩에서 정당한 우려를 가진 사람들을 매우 신중하고 정중하게 다룰 것을 중국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정상이 홍콩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13일 홍콩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오른쪽 눈에 거즈를 붙이고 마스크를 쓴 상태로 경찰의 만행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틀 전 침사추이 지역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한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시위진압용 고무 총탄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하자, 경찰의 과잉ㆍ폭력 진압에 대한 항의 시위도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홍콩=AP 연합뉴스
13일 홍콩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오른쪽 눈에 거즈를 붙이고 마스크를 쓴 상태로 경찰의 만행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틀 전 침사추이 지역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한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시위진압용 고무 총탄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하자, 경찰의 과잉ㆍ폭력 진압에 대한 항의 시위도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홍콩=AP 연합뉴스

이 같은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홍콩 경제는 만신창이로 바뀌고 있다. 수출입 감소는 물론, 6월 초 시위 시작 이후 주식시장에서 5,000억달러가 빠진 상태다. 홍콩은 글로벌 기업과 금융기관 본사가 몰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더구나 아시아 3위 수준인 공항의 기능이 중지되면서 관광객이 줄고 이미지에도 상당한 생채기를 입었다. ‘위험한 홍콩에 오지 말라’는 시위대의 포스터가 이미 각국 언어로 번역해 온라인에 확산되는 추세다. CNN은 13일 “홍콩 공항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5%에 이른다”며 “이번 점거 사태로 홍콩의 글로벌 기업과 홍콩 관광에 닥친 위험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홍콩 정부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자유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파괴 행위는 홍콩에서 법에 의한 통치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폭력은 홍콩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떨어뜨려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위대를 향해 “과연 우리의 모든 것을 멸망으로 이끌 심연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가”라고 맹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앞서 11일 시위 참가 여성이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안구가 파열된 데 격분한 시위대가 공항으로 집결했는데도 경찰의 진압이 정당하다고 옹호한 것이다.

중국은 아예 대놓고 미국과 시위대를 향해 협박을 늘어놓고 연일 무력 투입을 거론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홍콩 주재 외교부 특파원 공서는 “미국은 홍콩 경찰이 굴욕을 당하는데도 문명적인 법 집행을 시위 탄압으로 매도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내정인 홍콩 문제에 대해 어떠한 국가나 조직, 개인이든 관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민경찰법은 ‘무장경찰 부대는 폭동, 소요, 엄중한 폭력 범죄, 테러 등 사회안전과 관련된 사건을 진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전날 국무원 홍콩ㆍ마카오 사무판공실은 “공항 점거는 테러”라며 “폭동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또 공청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를 통해 홍콩과 마주한 선전(深圳) 일대에 무장병력을 실은 장갑차가 집결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홍콩 업무를 관장하는 3대 기관인 국무원과 외교부, 인민해방군이 또다시 전면에 나선 셈이다.

관영 매체도 일제히 시위대를 비난하며 포화를 퍼부었다. CCTV는 “홍콩 당국은 시위대가 경찰을 공격하고 불법무기를 동원하는 것을 테러리즘으로 규정해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결연히 지지한다”고 전했다. 인민일보는 홍콩 시위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일상을 소개하면서 “9일부터 나흘간 체포된 149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공격성 무기를 소지하고 경찰의 법 집행을 방해했다”면서 “조속히 사회안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직원들의 홍콩 시위 참여로 중국의 불매운동 타깃이 된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의 항공기에 대해 중국 당국이 ‘영공 진입 불허’라는 보복 조치를 취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일 캐세이퍼시픽 뉴욕발 홍콩행 항공편이 중국 영공에 진입하지 못하고 러시아와 일본 지역 영공을 거쳐 일본 오사카에 착륙한 것과 관련, “중국 측이 요구한 탑승 승무원 명단 제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일부 매체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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