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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호 전 한국당 비대위원 “소수가 독점하는 정당 권력, 모든 당원에게 분산해야”

입력
2019.09.0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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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 <24> 정현호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ㆍ청년특위 위원장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현호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 이혜미기자
정현호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 이혜미기자

“기성 정치인이나 유력자,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왜 이렇게 당헌ㆍ당규가 관대한 것입니까?”

올 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정현호(32)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은 당 대표에 출마하려는 황교안 전 총리를 향해 소신발언을 쏟아냈다. 당헌ㆍ당규에서는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만이 당대표에 출마할 자격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바로 전 달에 입당한 황 대표는 당시 출마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뒤 당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출마자격이 있다’는 유권 해석을 내놓아 비대위가 황 대표 등에게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했지만, 정 전 위원은 끝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외부인사 출신으로 이 장면을 목격하고, 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나, 좌절해야 했던 정 위원은 당내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지금의 정당과 여의도 정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금은 여의도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도선과 개척정신을 심어주는 교육소셜벤처 ‘인토피아’ 대표로서 미래 세대 교육에 힘쓰고 있는 정 전 위원을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 이하 일문일답

-비상대책위원회에 있는 동안 당내 기득권에 쓴 소리를 하는 장면이 많았다.

“제가 비상대책위원회에 몸 담은 기간 동안 공천 제도를 만들기 위한 공천혁신위원회가 꾸려졌어요. 제가 ‘청년에게 기회를 많이 줘야 보수당이 산다’고 누차 이야기 했지만, 되돌아온 답은 ‘지난 지방선거에 청년들 공천 주지 않았느냐’ 였죠. 그러고는 ‘기회 주려고 했는데 다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청년들이 도전 정신이 없고, 안정적인 곳만 가려고 한다’더군요. 모든 분이 동의 하겠지만, 지난 지방선거는 자유한국당 이름으로 출마하기에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었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첫 지방선거에서 ‘총알받이’나 다름 없는 역할을 청년에게 넘기는 거죠. 아마 다음 총선은 본인들이 나가겠죠.”

- 기성 정치권은 “실력있는 청년이 없어서 문제”라는데.

“실제로 ‘공개 오디션’으로 인물을 뽑았던 적이 있는데 어떤 의원님은 ‘정치 경험이 없는 너무 어린 친구들이 들어왔다’며 ‘선거는 경쟁력이다’라고 말 하더라고요. 숨이 콱 막혔죠. 그래서 저는 ‘20대에 출마하고 30대에 당선돼, 젊었을 때부터 정치하셨던 분들이 지금 젊은이더러 ‘경험 없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받아 쳤어요. 여의도를 떠올리면 ‘꼰대 문화’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기성 세대의 경험과 해답이 맞다’는 이야기를 강조하는 문화가 정당 안에 굉장히 많이 팽배한 상황에서 ‘실력 있는 청년’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런 여의도에서 가장 큰 장벽으로 다가왔던 건.

“‘기회를 달라고 하지 말라’ ‘어떠한 역할을 하고 나서 권리를 요구하라.’ 여의도 정치권이 정치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지속적으로 던지는 메시지세요. 가장 답답했던 건 아무래도 인물 중심으로 권력 기회를 추구하는 여의도 문화죠. 기성 정치인에게 잘 보이는 방식으로 정치적 기회를 얻는 것이 유효한 방법이다 보니, 계파를 따르지 않고 정책이나 가치 중심으로 ‘내 정치’를 하면 도움 닫기에 필요한 시간이 더더욱 지체돼요.”

-국회 고령화는 사실상 정당이 세대 교체에 실패한 까닭도 큰데

“청년을 만39세 이하로 봤을 때 1,300만명을 훌쩍 넘어요. 그런데 국회에서 이 연령대 의원은 1%도 되지 않죠. 심지어 각 정당에서는 청년 나이를 대체로 만 44세로 잡고 있잖아요. 국회가 청년의 인구 비율을 전혀 반영하지 못해요. 비대위에서 활동하며 구조개혁을 위해 가장 목소리를 높였던 점이, 여러 의사결정기구에 청년 비율을 20% 이상 확보하라는 것이었어요. 이후 다행히 4ㆍ3 보궐선거 때 후보추천위원회의 공천과정에 청년들이 위원으로 들어가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전당대회의 룰이나 당내 각종 룰을 정할 때 청년들이 들어가서 역할을 해야만, 당 안에서 기회를 얻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거예요.”

-한국당에서 블록체인TF위원장을 맡기도 했는데, 그 구상은.

“블록체인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 ‘분산’과 ‘공유’에요. 정보를 분산하고, 공유해서 접속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인데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공천’이에요. 사실 정당에선 공천이 가장 중요한데, 공천 과정을 공천관리위원회의 소수만 공유하는 형국이에요. 그 외에도 여론조사를 한번 하려면 수십억씩 깨지기도 하는데, 블록체인 기수를 적용하면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도 있거든요. 당의 회의록 등 주요 정보는 블록체인에 업로드해서 변경을 불가능하게 만들자는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구조개혁을 하려는 거였는데 저항이 너무 심해서 중단하게 됐죠.”

-중단의 가장 큰 이유는?

“시스템을 벗어난 결정을 할 때 당 지도부나 의원들이 주로 내세우는 논리가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거에요. 하지만 당 지도부가 내린 정무적 판단이, 때론 국민들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어요. 제 취지는 최대한 그런 결정을 분리하자는 거였어요. 예컨대 흐지부지된 5ㆍ18 망언 징계 같은 경우도, 당원들이 투표해서 결정하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

-권력의 분산이 가장 큰 목적인가.

“중앙집권적이고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정보를 당원에게 분산, 개방하자는 취지였죠. 예를 들어 한국당의 대학생위원회에서 위원장은 당 대표가 임명을 하게 되어 있었어요. 예전에는 선거로 선출했지만, 당 대표 권한이 작다는 문제의식에 인사권을 몰아 놓은 거에요. 그러다 보니 당내 청년 조직이 민주적인 경험을 할 수도 없고, 권력 기회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줄을 서는 일도 횡행했어요. 이후 당헌ㆍ당규 개정을 해서 결국 ‘블록체인’ 기술로 선거를 하게 됐어요.”

-정당 내 문화나 민주적 절차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기성정치인은 중앙집중, 효율성, 권위에 가치를 둔다면 분산, 공유, 스스로 확인하고 싶은 욕구, 내가 의견을 낸 것이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은 효능감 같은 것들이 우리 세대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분야에요. 이런 가치를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런 운영방식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질 텐데 현재로서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가치들이 정당 내에서도 선택되기 어려운 실정이에요. 이렇게 변화가 빠른 상황에서 현재의 사회 문제는 기성 세대나 청년 세대나 모두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서로 지혜를 맞대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성 세대가 해법에 대한 지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젊은 세대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획력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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