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탈북민인 40대 여성과 여섯 살짜리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13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관악구 봉천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 한모(42)씨와 아들 김모(6)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발견 당시 집에 식료품이 다 떨어져 있었다는 점, 월세가 밀리고 통장에 잔고가 없었다는 점 등에 주목해 아사(餓死)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탈북민 관리와 지원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의미다.
한씨 모자는 외부와 접촉이 거의 없었고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에도 아들을 등록한 기록이 없다. 관할 관악구청에도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가정 지원 신청 등이 되어 있지 않았고 신변보호 담당관 및 지역 관할 하나센터(탈북민 지역적응센터) 상담사와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지자체와 정부 지원, 지역주민 도움 등을 전혀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생활한 셈이다.
한씨 모자의 죽음은 탈북민 실태의 단면을 보여 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1998년 이후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탈북민은 3만3,000명을 넘는다. 탈북민들은 우선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머물며 12주 동안 사회적응 교육을 받은 뒤 취직, 주민등록, 임대주택 알선, 정착지원금 등을 제공받지만 거주지에서 보호받는 기간은 5년에 불과하다. 북한을 떠난 지 10년이 된 한씨는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호기간 이후라도 요청을 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한씨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탈북민 정착지원 체계 내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조차 다 받지 못한 것이다.
현재 정부의 탈북민 정책은 단기적이고 특수화되어 있다는 지적이 많다. 탈북민들의 특수성을 강조해 별도로 분리해서 지원하고, 관리 기간도 짧아 적응력을 키우기가 어렵다. 오히려 탈북민들의 취업 교육을 지역사회 등과 연계하고 지원정책도 장기적으로 사회복지체계 안으로 흡수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탈북민들이 성공적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해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데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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