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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사랑한 아버지가 부르던 노래” 청와대에 울린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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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사랑한 아버지가 부르던 노래” 청와대에 울린 아리랑

입력
2019.08.13 16:34
수정
2019.08.13 23:4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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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독립유공자ㆍ후손 등 160명 초청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후손 초청 오찬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누군가 서툰 한국말로 부르는 아리랑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프랑스인 장자크 홍 푸앙씨. 1920년 프랑스에서 재불한국민회 2대 회장으로 활동하며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한 고(故) 홍재하 선생의 아들이다. 홍 푸앙씨는 74주년인 올해 광복절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초청을 받아 방한,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ㆍ후손 오찬에 참석했다. 아리랑은 홍 선생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부르던 노래다. 국가보훈처는 15일 홍 선생을 비롯한 독립유공자 178명에게 포상한다.

홍 푸앙씨는 “제가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버지께서 ‘한국에 가면 한국어를 배울 테니 굳이 지금 배울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라는 말로 선친의 절절한 조국 사랑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한국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홍 푸앙씨는 프랑스 자택에 태극기를 걸어 두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생존 애국지사 9명을포함한 160명이 참석했다. 안중근 의사 외손녀인 황은주씨, 유관순 열사와 함께 서대문형무소에서 ‘대한이 살았다’라는 창가를 지어 불렀던 고 심명철 지사의 아들 문수일씨 등도 자리했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다 2015년 영구 귀국한 황씨는 “내 나라에 와서 살면서 마지막 가는 길에 내 땅에 묻히려고 왔습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박수로 반기면서 "황 여사님의 이야기에서 독립을 넘어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꿈꾼 안중근 의사의 높은 기개와 사상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

문씨는 “(…)/접시 두 개 콩밥덩이 창문 열고 던져줄 때/피눈물로 기도했네 피눈물로 기도했네/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 /산천이 동하고 바다가 끓는다/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는 ‘대한이 살았다’의 가사를 읊어 박수를 받았다. 문씨가 올해 초 한국일보에 창가의 존재를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오찬 테이블에는 ‘특별 메뉴’가 올랐다. 김구 선생이 일제 경찰에게 추적을 당할 때 들고 다니며 먹었던 음식 ‘쫑즈’(대나무 잎으로 감싼 밥)와 임시정부 안살림을 책임졌던 오건해 여사가 요인들에게 대접했다는 ‘홍샤오로우’(간장으로 조린 돼지고기) 등이다. 문 대통령이 독립유공자ㆍ유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ㆍ만찬을 함께 한 건 취임 이후 4번째다.

문 대통령은 “국민 자부심의 원천이 되어 주신 독립유공자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우리 미래 세대들이 역사에서 긍지를 느끼고, 나라를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보훈에 있는 만큼 정부는 항상 존경심을 담아 보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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