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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360˚] 조국 “할 말 많다”는 30년 전 ‘사노맹 사건’이란

입력
2019.08.13 16:42
수정
2019.08.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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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사직로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과거 그의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겨냥한 파상공세에 나섰다. 이른바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 연루돼 반년 동안 옥고를 치른 조 후보자에게는 법무행정을 다루는 장관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조 후보자는 13일 인사청문회 사무실이 꾸려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며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인사청문회 때 충분히 답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사노맹은 어떤 단체였을까.

◇사노맹 사건 연루 6개월 구속됐던 조국

1992년 국가안전기획부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등 혐의로 수배했던 남한 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검거,조사 중이라면서 관련 압수품을 공개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2년 국가안전기획부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등 혐의로 수배했던 남한 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검거,조사 중이라면서 관련 압수품을 공개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 발표에 따르면 사노맹은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무장봉기 혁명으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자는 목표 아래 출범한 전국 규모의 조직이다. 안기부는 사노맹 조직원이 3,500여 명이라며 ‘해방 이후 최대의 지하 조직 사건’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사노맹을 사회주의 체제를 건설하려 한 반(反)국가 단체로 규정하고 박노해ㆍ백태웅씨 등 간부 수십명을 검거 및 구속했다. 사노맹은 결국 해체됐다.

울산대 법대 전임강사였던 조 후보자는 1993년 사노맹 사건에 연루돼 체포된 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을 거쳐 1995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조 후보자 판결을 확정하면서 "반국가단체인 사노맹 활동에 동조할 목적으로 남한사회주의과학원에 가입하고, 사노맹이 건설하고자 하는 남한사회주의노동자당의 성격과 임무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촉구하는 내용이 수록된 '우리사상' 제2호를 제작ㆍ판매했다"고 밝혔다. 사노맹 사건으로 대학교수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라 조 후보자 석방 촉구 운동이 벌어졌고, 수감 당시에는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에서 정하는 양심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6개월간 수감됐다가 풀려났다.

사노맹에서 활동한 이들로는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알려진 박노해 시인과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백태웅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가 있다. 백 교수는 2017년 9월 SBS뉴스에 출연, 사노맹 활동에 대해 “80년대 수많은 젊은이들이 개인의 영달보다는 사회 공공선과 사회 약자를 위해 자신들을 내던지면서 민주주의도 요구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제기했었다. 사노맹 활동을 부정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과 함께 검거됐던 사노맹 핵심 간부 은수미는 2012년 4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배지를 달았고, 지난해 제7회 지방선거에서 경기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DJ 때 사면…야당은 “부적격” 공세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의 중앙위원 박노해(본명 박기평).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의 중앙위원 박노해(본명 박기평).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노맹 사건 관련자들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3월 1일자로 특별사면ㆍ복권 조치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에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민주 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박노해ㆍ백태웅 씨 사노맹 핵심 간부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바 있다. 조 후보자는 그동안 특정 사상을 펴는 것만으론 처벌해선 안 된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을 펼쳐왔다. 그는 2010년 펴낸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서 “내란, 간첩, 살인 등을 예비ㆍ음모하거나 폭력ㆍ방화 등 범죄에 착수한다면 당연히 처벌돼야 한다”며 “문제는 이런 범죄 행위 이전에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고 단체를 조직하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처벌돼야 하는가다”라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한편 야당에서는 사노맹 사건을 고리로 조 후보자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강원 고성군에서 열린 ‘고성ㆍ속초 산불 피해지역 주민 간담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무부 장관은 헌법과 법을 지키겠다고 하는 확고한 신념뿐만 아니라 그에 맞는 처신과 행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어 “그런 점에서 (조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판단”이라며 “(사노맹) 판결문을 보셔도 여러분이 판단하고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에서 조 후보자의 사노맹 관련 실형을 받은 이력을 거론하며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국가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 담았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앉는 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냐”고 강조한 바 있다.

조 후보자의 경우 사노맹이 아닌 남한사회주의과학원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판결문에도 나와 있다. 따라서 야당 주장처럼 ‘사노맹에 몸담았던 사람’은 아니라는 게 조 후보자 입장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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