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조합원 382명 설문
78% “35도 넘어도 일한다”
서울지역에 폭염경보가 발령된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현장 폭염 실태 폭로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건설현장은 철근이 많아 기온이 쉽게 오르기 때문에 외부 기온이 35도면 체감온도는 50도에 가까울 정도로 뜨겁습니다. 정부가 폭염경보(2일 이상 35도 이상)가 발효되면 옥외작업을 중단하라고 하지만 이를 지키는 건설현장은 없어요.”(김창식 민주노총 서울건설지부 동남지대 부지대장)

혹서기 실외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정부가 적절한 휴식을 취하고, 필요 시 작업 중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3일 ‘건설현장 폭염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 보호를 위해 각 산업현장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다. 지난 6월 배포한 ‘열사병 예방 3개 기본수칙(물, 그늘, 휴식) 이행 지침’은 △시원하고 깨끗한 물 제공과 규칙적으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조치 △햇볕을 가리고 시원한 바람이 통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 제공 △실외 온도 35도가 넘으면 무더위 시간대(오후2~5시)는 불가피한 경우 제외하고 옥외작업 중지 △실외 온도 38도가 넘으면 무더위 시간대는 재난 및 안전관리에 필요한 긴급조치 작업 외 옥외작업 중지 등이 골자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가이드라인은 ‘권고’여서 강제성이 없다 보니 무용지물이다. 건설노조가 지난 9~12일 조합원 3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폭염을 피해 그늘진 곳에서 쉰다’고 답한 근로자는 26.5%(101명)에 불과했고 ‘아무데서나 쉰다’는 응답이 73.5%(281명)나 됐다. ‘기온이 35도가 넘어도 일을 계속한다’는 응답도 78.0%(298명)에 달했다. 열사병 예방을 위해 물을 자주 섭취해야 하지만,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없다고 답한 근로자는 14.8%(57명)나 됐다. ‘세면장이 없다’고 답한 근로자도 20.2%(77명)에 달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그나마 노조가 있는 곳은 물과 그늘막 설치라도 요구하지만, 노조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은 이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폭염이 일상화돼도 건설근로자들은 옥외작업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건설업은 공사기간이 정해져 있는데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하기 때문에 작업중지가 법제화되고, 중지된 기간 동안 근로자들의 임금이 보존돼야만 현실적인 작업중단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에도 폭염 시 작업중지를 의무화(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하거나 폭염으로 작업이 중단돼도 근로자에게 손실을 전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열사병 예방 3대 지침 -박구원 기자/2019-08-1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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