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판문점서 ‘김영철 후임’ 北장금철과 상견례
소식통 “정상회담 가능한지 살펴보려 했을 것”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꺼내고 있다. 연합뉴스

2ㆍ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직접 움직인 것으로 볼 만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러나 북한의 ‘대미 직거래’ 의지가 워낙 강해 결과적으로 서 원장의 노력은 무위에 그쳤다.

13일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서 원장은 하노이 회담 이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넘겨받은 장금철 부장과 4월 중순쯤 판문점에서 만났다. 국정원도 “정보기관장의 동선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회동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하노이 노딜’에 따른 북한의 대남ㆍ대미 라인 재편 일환으로 장 부장이 새로 부임한 만큼, 상견례가 명목상 회동 취지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 원장 입장에서 상견례가 회동 추진 목적의 전부는 아니었으리라는 게 소식통들 짐작이다. 한 소식통은 “한쪽 정보기관장이 새로 왔다고 남북이 만나거나 하는 관행이 있는 건 아니어서 다른 이유나 의제 없이 서 원장이 순전히 상견례 차원으로만 회동을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직거래를 염두에 둔 듯한 4월 12일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내용을 통해 북한의 기조를 모르지는 않았을 터였기 때문에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타진하지는 않았겠지만 경색된 남북관계에 물꼬를 틀 수 있는 분위기인지 정도는 살펴보려 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4월 15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북한의 여건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남북이 마주 앉아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양측의 정보기관인 국정원과 통일전선부는 비공개 채널을 운용해 왔는데, 지난해 세 차례 남북 간에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이 채널의 역할 비중이 상당했다.

아울러 서 원장은 당시 회동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 뒤 중단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조속히 재개돼야 하고 이를 위해 할 일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노이 노딜 관련 북한 입장을 듣는 한편 이런 상황일수록 남북관계를 잘 풀어갈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언급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접촉 뒤 북한은 5월 4일 러시아산 지대지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KN-23’)을 시작으로 이달 10일까지 7차례나 사정거리가 한반도로 국한되는 단거리 발사체를 쏴 올렸고, 최근까지 당국자 명의 담화 등을 통해 대남 비난을 지속하고 있으며,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도 거부 중인 상태다. 노골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ㆍ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 부장 부임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북한 매체들이 4월 10일 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 결과 그가 ‘당 부장’에 새로 임명됐고 당 중앙위 위원에 ‘직접 보선’(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위원으로 선임)됐다고 보도하면서 통전부장 교체 정황이 알려졌는데 이후 같은 달 24일에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통전부장이 김영철에서 장금철로 교체됐다고 보고하면서 직함이 확인됐다. 남측에 거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던 장 부장은 6ㆍ30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 당시 김 위원장을 수행하면서 대외 공개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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