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첫 공판에서 “성접대 등을 받은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전반적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김 전 차관이 2006~2008년 공소사실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하고, 현재 기억에 따라 공소사실을 전반적으로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은 “김 전 차관이 6년간 파렴치한 강간범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았는데, 정작 이 사건에서는 강간이 아니라 성접대 등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며 “검찰이 김 전 차관을 어떤 혐의로든지 처벌하기 위해 신상털기 수준의 수사를 벌여 뇌물죄로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최모씨로부터 향응을 받은 사실이 일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뇌물죄 요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두 사람은 친분이나 친구관계에서 향응을 제공한 것일 뿐 대가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황토색 반팔 수의를 입고 흰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나타난 김 전 차관은 재판 중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부의 질문이 있을 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재판부는 이달 27일 두 번째 공판에서 뇌물을 준 의혹을 받는 윤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다.
김 전 차관은 윤씨와 최씨로부터 총 1억8,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검찰이 김 전 차관의 또다른 금품수수 정황을 포착해 추가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 뇌물수수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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