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통신 기술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명령을 내렸을 때 응답이 오는 시간차를 최소화하는 ‘초(超)저지연’이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이 길어지면 지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들 사이에선 이 과정을 짧게 줄이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데이터 통신의 지름길’로 불리는 ‘모바일엣지컴퓨팅(MEC)’ 기술을 발 빠르게 적용하는 게 관건인데, SK텔레콤이 세계 최초로 MEC를 스마트폰 이용자와 가까이에 있는 기지국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데이터가 이동하는 물리적 거리를 대폭 줄여 지연시간을 일반 5G보다 60%가량 단축시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초저지연성은 찰나의 지연에 사람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원격의료, 자율주행 등에 필수적인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반 기술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13일 기지국에 MEC를 적용하는 ‘초(超)엣지’ 기술 개발에 성공해 올해 안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역부터 우선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EC의 ‘엣지’는 가장자리나 말단 등의 의미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서버를 가장자리, 즉 이용자와 가까운 위치로 내려 보내는 솔루션을 일컫는다. 지금까지 데이터는 사용자가 명령을 내렸을 때 스마트폰에서 기지국을 거쳐 교환국, 인터넷망, 인터넷데이터센터까지 차례로 4단계에 걸쳐 전송됐다. 이번 초엣지는 서버를 기지국에 구축하는 기술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필요 없이 기지국에서 바로 명령을 처리해 데이터 전송 과정이 4단계에서 1단계로 줄어들면서 기존 대비 지연시간이 60% 짧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초엣지 기술을 병원에 적용하면 원격수술 등 서비스 제공에 유리하고 보안에 민감한 의료 데이터가 여러 전송 과정을 거치며 유출될 위험이 없어 안전하게 보관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데이터 분석 등 다른 솔루션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클라우드와 연동하는 작업도 추진해 병원과 공장, 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업간 거래(B2B) 상품을 마련할 계획이다.
초엣지 특성을 활용한 기업과 개인간 거래(B2C) 서비스도 소개됐다. BJ의 게임방송을 지켜보면서 시청자도 같은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실시간 게임방송ㆍ플레이 플랫폼 ‘워치앤플레이’다. 지금의 게임방송은 지연시간 때문에 화질이 떨어지고 BJ가 게임을 하는 화면과 시청자가 보는 화면 사이 시차도 발생한다. 워치앤플레이에선 ‘관전 모드’로 시차 없이 시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레이 모드’를 눌러 BJ와 같이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다양한 게임업체들과 워치앤플레이 출시를 위해 협업할 계획이다.
이강원 SK텔레콤 클라우드랩스장은 “초엣지 기술은 게임을 비롯해 즉각적 반응이 필요한 가상현실(VR) 등 대용량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고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오피스, 스마트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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