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도발 중재하지 않는 미국
가까운 동맹이나 고된 시련도 줄 듯
장기 갈등 시스템에 제대로 준비해야
지난 6월 28일 오사카에서 개막한 G20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경제전쟁을 도발한 직후, 사람들은 미국이 곧 중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은 아무 말이 없었다. 청와대 안보실을 비롯한 여러 통로로 우리의 기대가 계속 전달됐지만, 미국은 그냥 웃었다. 실망과 당황이 퍼졌지만, 사람들은 놀란 나머지 그 마음을 입 밖에 내지도 못했다. 일단 아베 정권과 싸워야 했다.

그러나 그 기대와 희망은 애초에 허망했다. 미국과 일본은 서로 통하고 있다. 중국과 대결하는 장기 구도 속에서 미국은 한국을 자신의 전략에 맞게 움직이게 하려는 확실한 동기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이 그 구도 안에서 한국과 준(準)전쟁을 일으키는 걸 묵인했을 것이다. 일본은 재무장을 하고 자신들 내부에서 쌓이는 여러 불만과 불안을 털어내기 위해, 밖으로 싸움을 벌이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미국이 과거처럼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하며, 또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미국의 전체적인 안보 전략에 발을 맞추고 있다. 이러니 미국이 쉽게 중재할 리 없다.

가만히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돌아보면, 미국이 일본을 우대하는 전략은 뿌리가 깊다. 미국은 한국의 혈맹이지만, 정부 수립 이후 일본을 우대하면서 한국을 미일 안보 시스템에 통합시켰다. 한국이 식민지 피해에 대한 책임을 일본에 제대로 묻지 못한 것도 미국의 압박과 뗄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맺은 위안부 합의조차 중국을 상대하려는 오바마 정부가 밀어붙인 결과다. 오바마 정부가 외교적 수식을 동원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트럼프는 거칠게 나가는 게 차이일 뿐이다.

미국의 중재에 대한 실망과 당황은 결국 최고의 동맹 미국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우대하며 안보동맹만 유지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다. 쌓인 말이 많다. 그래서 다시, 미국이 한일 갈등에 제대로 개입해서 중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희망은 다시 함정에 빠진다. 이제까지 미국 정책에서 일본이 상수이고 한국은 변수였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이 바뀔까? 미국이 바뀌어야 한다는 희망, 우리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는 희망은 고문이 된다.

이 상황에서 중국에 가까이 가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더 믿을 수 없다. 굳이 선택을 한다면, 미국과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무거운 선택을 해도, 앞으로 갈등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 국방장관은 중국의 미사일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일본보다 한국이 더 위험한 무대가 될 것이다. 우리가 일본보다 중국의 위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사드보다 더 큰 파도가 오고 있다. 국내 갈등도 벌써 시작이다. 한쪽에선 미국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다른 쪽에서는 거꾸로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한미동맹을 완벽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주장이 커진다. 섣불리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중국과의 갈등은 심각할 것이다. 중국은 벌써 새된 소리로 위협을 하지 않는가. 그렇지만 미국이 요청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한국이 거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한, 위험을 줄이려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이 갈등은 일이년 안에 끝날 일이 아니며, 장기 갈등 자체가 정상 시스템으로 굳어질 듯하다. 그 속에서는 최소한 우선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동맹이나 다른 나라로부터 인정과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더 강한 기술력과 더 강한 중소기업들이 있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제대로 된 국방개혁이 필요하다. 막대한 국방비, 440여명의 장군들과 60만의 군대로도 스스로 지킬 수 없다면, 무슨 꼴인가? 꼭 스스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건 아니고 동맹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지만, 그 군사력을 가지고 군대는 허둥대기만 한다. 장기전쟁 상황이 시작되었으니, 군대 조직을 바꾸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길 기대한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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