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종교ㆍ아내 직업까지 파헤쳐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 전 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의 공식 재판이 시작되면서 고씨의 변호를 맡았던 A 변호사를 향한 신상 털기가 도를 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 변호인의 종교나 아내 직업까지 파헤치며 비난을 이어갔다. 해당 변호사는 결국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 측 변호인은 12일 제주지법 형사합의 2부(부장 정봉기) 심리로 열린 고씨의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 중 계획적ㆍ고의적 살해 혐의는 부인한다. 진실을 밝혀나가는 노력을 하겠다”며 우발적 살인임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또 “결혼 생활 동안 피해자의 과도한 성적 요구가 있었고, 사건 당일 피해자의 성폭행 시도가 있었다”며 전 남편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같은 변론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온라인에선 변호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누리꾼들은 A 변호사의 신상을 공개해야 된다거나 신상을 털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고유정 변호인 신상을 공개해서 다시는 저런 변호사 안 나오게 해라”(poi***), “살인마 고유정을 옹호하는 변호사가 과연 사람인가. 변호사 신상을 파야겠다”(ajh***), “변호사 신상 털어서 대한민국에서 못살게 해야 한다”(wnt***) 등 변호인 신상 공개와 관련된 글이 이어졌다.

실제로 일부 누리꾼들은 변호인 신상 털기에 나섰다. 학력, 경력, 사진 등 기본적인 프로필은 물론 종교 관련 미확인된 내용까지 온라인에 떠돌았다. 심지어 A 변호사가 지난해 한 교회의 캠프에서 강연했던 내용과 부인의 직업까지도 알려졌다. 또 졸업한 학교의 동문 소개 페이지에는 한 누리꾼이 “쓰레기 변호사”라고 악성 댓글을 달았고, 그가 몸담고 있던 법무법인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폭주해 접속이 차단되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 같은 신상 털기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고유정을 변호한 사람의 신상을 터는 게 정상인가. 이런 광풍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냐”(lim***) “고유정 담당 변호사까지 신상정보 다 털어서 욕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다”(dls***)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 판결 및 영장 발부와 관련해 해당 판사 신상 털기 등이 계속된 데 이어 이번엔 변호사에 대한 과한 비난이 이어지면서 법조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13일 “건전한 비판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판사나 변호사를 향한 신상 털기가 지속되면 스스로 검열하면서 (판결이나 변론이) 위축될 수도 있다”며 “신상 털기는 SNS가 발달하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긴 하나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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