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홍콩의 하늘길이 닫혔다. 홍콩국제공항이 이날 오후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에게 점거되자, 공항 당국이 ‘셧다운(일시 폐쇄)’ 조치로 맞대응하면서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매일 1,100여편의 항공기가 드나드는 아시아의 항공 교통 허브이자 세계 비즈니스 중심지인 홍콩 공항이 사실상 폐쇄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홍콩 시위 사태는 한층 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간ㆍ한국시간 오후 5시) 5,000여명의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공항 터미널로 몰려들어 연좌시위에 나서자, 공항 측은 성명을 내고 “출발 편 여객기의 체크인 서비스가 모두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어 “체크인 수속이 끝난 출발편, 이미 홍콩으로 향하고 있는 도착편 여객기를 제외한 모든 당일 여객기 노선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오후 늦게 공항 측은 성명을 통해 “공항 운영이 회복되는 상황에 따라 공항 당국과 항공사들은 오전 6시(한국시간 오전 7시)부터 항공편 할당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착륙 항공편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항공 당국은 한국시간으로 오늘(13일) 오전 9시까지 공항 운영을 중단할 것이라고 고지했으나, 공항 점거 상황이 소강 사태에 접어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운영 재개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콩 시위대는 지난 9일부터 사흘 연속 공항에서 집회를 열어왔으나, 당초 이날 시위는 예정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전날 침사추이 지역의 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한 여성 참가자가 경찰이 발사한 시위 진압용 고무 총탄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이에 항의의 뜻을 표출하면서 나흘 연속으로 반정부 시위를 이어 간 것이다.
시위대의 도보 이동 등으로 홍콩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도로가 막히면서 공항 인근 교통도 극심한 정체 현상을 빚었다. 국내 출발 홍콩행 여객기들도 결항 또는 회항이 잇따르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한편 중국 정부는 갑작스러운 공항 폐쇄와 관련, 일부 폭력 시위를 향해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하면서 시위대에 분노를 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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