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추가분담금만 1억원 이상”… 재건축조합들 “소급입법 금지 헌법소원도 검토” 
12일 오후 철거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 연합뉴스

정부가 이미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절차에 들어간 전국의 투기과열지구 내 단지에까지 사실상 분양가상한제 소급 적용을 결정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개포주공1ㆍ반포주공1ㆍ둔촌주공 등 재건축 단지 수만 가구가 사정권에 들어가게 돼 재산권 침해 논란과 헌법소원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규제 강도를 주시하던 재개발ㆍ재건축 대기 단지들은 일제히 사업추진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시점을 현행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에서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 단지’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재건축사업은 통상 ‘기본계획 수립→정비구역 지정→조합설립 인가→관리처분계획 인가→착공→분양(입주자 모집공고 신청)→준공’ 등의 절차를 거친다.

지금까지는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이주와 철거를 진행 중인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아니었지만, 이번 정부의 개정안으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어도 아직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 전인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이 된다.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나면 분양가와 조합원 분담금을 포함해 사실상 모든 사업계획이 확정되는데,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새 분양가가 책정되면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 계획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하는 셈이다. 이른바 ‘소급 적용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당장 날벼락이 떨어진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헌법소원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으로 재산권을 박탈 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 조항(13조 2항)이 근거다. 김구철 주거환경연합 조합경영지원단장은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에까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소급 입법의 문제가 있다”며 “대규모 청원과 시위도 잇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뀐 기준에 따라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 새로 편입되는 단지 중에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등 서울 강남권의 ‘대어급’ 정비사업 단지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단군 이래 최대 정비사업’으로 평가 받는 둔촌주공의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기준 분양가(3.3㎡당 2,600만원대)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거의 없다시피 했던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1인당 1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13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반면 ‘집값 안정’이라는 공익적 명분을 고려하면 위헌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날 “관리처분계획 인가에 포함된 단지의 예상 분양가격 및 사업가치는 법률상 보호되는 확정된 재산권이 아닌 기대이익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았던 단지들이 서둘러 선분양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커졌다. 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더라도 선분양을 하는 것이 분양가상한제 적용보다 일반 분양 수입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의 경우 이달 말 총회를 열고 선분양 전환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사업 초기 단지들의 경우 사업의 방향성이 수정되거나 사업추진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분양수입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일반분양을 임대로 돌린 뒤 4년이 지난 후 분양하는 ‘임대 후 분양’이나 건설사들이 마감재의 수준을 낮추는 등 각종 편법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단지별로 수익성을 높일 우회로를 찾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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