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진정성 있는 태도로 반성하지 않는 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미국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그레그 브래진스키 미 조지워싱턴대 역사ㆍ국제관계학 교수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일본이 과거의 죄를 속죄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라는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브래진스키 교수는 최근의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잔혹행위를 저질렀다”고 비판하면서 “두 나라는 일본이 식민지 과거를 어떻게 속죄해야 하는지에 관해 수십 년간 다른 의견을 보였다”고 짚었다. 이어 “(일본이) 과거 잔혹행위를 청산하지 못하는 것은 동아시아 지역을 넘어서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의 과거사 태도와 관련해 그는 “참회하는 데 있어 불성실한 노력으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이후 일본 지도자들이 수십 차례 사과와 반성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후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각종 언행으로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계속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는 또 “독일과는 달리 일본은 2차 대전의 만행을 교육하기 위해 공공 기념물이나 박물관을 짓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일 갈등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해 브래진스키 교수는 1945년 미군이 일본과 한국을 점령했을 당시 일본과 식민지 피해자들 사이의 화해는 우선순위가 높지 않았다고 짚으면서 “미국은 공산주의 저지에 초점을 맞췄고, 한일 역사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도록 압박했다”고 분석했다. 이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체결됐지만 일본 정부로부터 배상받을 권리 등이 빠졌고, 한국이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이는 ‘불충분한 협정’으로 판명 났다고 덧붙였다.
교수는 또 “한국인들의 분노는 희생자들에게 재정적 보상을 해주려는 투쟁 차원인 동시에 한국의 우려를 들으려 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관련해 “전임자들보다 역사 문제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그의 정부에서는 앞으로도 사과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에서도 역사적 분노를 기회주의적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인들이 있다고 교수는 지적했다.
글 말미에서 브래진스키 교수는 “(한일) 분쟁이 해결되더라도 일본이 이웃 국가들과 화해하기 위해 일관되고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아시아의 경제ㆍ군사적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