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일본을 수출 우대 국가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백색국가인 ‘가’ 그룹과 그 외 ‘나’ 그룹으로 나누었던 기존 수출 통제 체제를 ‘가의1’ ‘가의2’ ‘나’로 세분하고 일본을 ‘가’에서 ‘가의2’ 그룹으로 재배치해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수출 규제한 데 이어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해 한국을 백색국가인 ‘A’ 그룹에서 ‘B’ 그룹으로 강등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략물자 수출 통제 체제를 국제 원칙에 어긋나게 운영하는 국가와는 국제 공조가 어렵다”면서 “향후 2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 중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언제 어디서건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대한 수출 규제의 이유로 “부적절한 사안”이라고 둘러대지만 징용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배경이라는 사실이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외교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할 사안을 자유무역질서를 훼손하는 경제 보복으로 해결하려 드는 행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마땅하다.
다만 이런 정면 대응이 지나칠 경우 일본과 마찬가지로 세계무역기구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고 일본에 역공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며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자”고 말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맞대응과 함께 이 위기를 우리의 경제 역량을 키워 나갈 기회로 삼자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국민들이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경제 보복을 결연하게 반대하면서도 양국 국민 간의 우호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연하고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외교 갈등이 민간으로까지 번져서는 안 되며 이를 한일 시민 연대로 극복하자는 정신은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당면한 한일 문제를 그것만으로 풀 수는 없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철회와 함께 한일 정부가 다방면의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 이날 동아시아평화회의 원로들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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