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ㆍ이마트 실적부진 정면돌파
최악의 실적 부진으로 위기를 맞은 양대 대형마트가 '고객몰이'에 사활을 걸었다. 고객들에게 마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상품들을 인식시켜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트로 관심을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가격에 배송까지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차별화 상품 ‘각인’ 전략이 얼마나 통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쇼핑은 12일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PB)를 38개에서 10개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또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PB 상품은 '시그니처'로 별도 지정해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안 되는 브랜드는 과감히 접는 대신 잘 되는 상품엔 더 힘을 주겠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에게 롯데마트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함이다.
PB는 대형마트가 상품을 직접 기획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 판매하는 브랜드다. 고유 상품으로 승부하겠다며 2000년 전후 대형마트들이 PB 육성에 뛰어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PB가 난립하며 차별성과 정체성을 잃어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구난방 PB를 소수로 압축해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온리 프라이스’와 ‘스윗허그’ ‘초이스엘’ ‘통큰’ ‘요리하다’ 등 10개 PB에 대해 품질과 가격 만족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온리 프라이스는 신선식품, 패션잡화를 제외한 생필품을 타사의 가격 인상에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가격에 판매하는 브랜드로, 출시 1년여 만에 판매량이 2배 넘게 늘었다. 1,000원짜리 물티슈는 온리 프라이스의 시그니처 상품으로 선정됐다. 착즙주스 브랜드 스윗허그는 기존 제품들보다 가격은 낮추고 유통기한은 늘린 덕에 올해 1~5월 매출이 7.7% 성장했다. 롯데마트는 스윗허그를 착즙주스 부문의 시그니처 상품으로 정했다. 이들 시그니처 상품은 “이만한 품질의 제품을 이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은 롯데마트 뿐”이라는 점을 고객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롯데마트는 기대하고 있다.
같은 날 이마트는 호주 문구 브랜드 ‘스미글’을 15일부터 전국 50개 매장에서 선보인다고 밝혔다. ‘강남필통’이란 별칭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유명세를 탄 스미글은 정식 수입업체가 없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나 병행수입, 해외여행 등으로 구매해왔다. 이마트는 1년 간 공들인 끝에 스미글과 3년 독점 수입 계약을 맺고 처음으로 국내 정식 운영권을 확보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내 고객들이 스미글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이마트가 유일하다”며 “앞으로도 인기 있는 해외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인 유통망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마트는 점포 운영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롯데마트는 상품 운영 권한을 부여하는 ‘자율형 점포’를 늘린다. 지금까지 개별 점포들은 매입할 상품 종류나 상품 진열 방식 등을 본사 지침에 따라 결정했다. 자율형 점포는 그러나 지역별 상권 특성을 살려 매입 상품을 직접 선정하고 진열도 차별화할 수 있다. 이마트는 오래 된 매장 8, 9곳을 연내 새로 단장하면서 체험형 전자제품 전문점 ‘일렉트로마트’를 입점시켜 남성과 학생 고객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이커머스 업계에선 실적 부진을 뒤집을 만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상품 몇 가지를 추가하기보다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완전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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