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낮은 ‘가의 2’ 지역에 포함… “대화의 장 열어둘 것” 반복
정부가 마침내 일본을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 심사국)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맞선 ‘맞불 대응’이다. 다만 규제 수준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데다 대화 가능성도 열어둬 향후 극적으로 봉합될 여지를 남겨뒀다는 평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 전략물자수출입고시는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등 4대 국제수출통제에 가입한 국가를 ‘가’ 지역, 그 외의 국가를 ‘나’ 지역으로 구분해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해왔는데, 이번 개정안은 ‘가’ 지역을 ‘가의1’ ‘가의2’ 지역으로 구분하면서 신설된 가의2 지역에 일본을 포함시켰다.
성 장관은 “국제수출통제체제의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영하거나, 부적절한 운영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국가와는 긴밀한 국제공조가 어려워 가 지역을 세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시 개정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뺀 일본 정부의 행동과는 다른 ‘적법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맞대응 상응조치로 해석될 경우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상황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 역시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적법하게 수출 권한을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WTO 제소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일본이 어느 부분에서 국제수출통제체제를 어겼는지에 대해서는 “특정 국가의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우리 조치와 달리) 일본 조치는 부당한 조치이고 국제규범상 기본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설된 가의2 지역은 나 지역과 비슷한 수출 규제를 적용 받게 돼 가 지역일 때 누렸던 포괄허가 혜택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전략물자를 수입하려면 건건이 개별허가를 받아야 되는 것은 물론 개별허가 절차도 까다로워져 신청서류는 3가지(가 지역)에서 5가지로 늘어난다. 개별허가 심사기간도 15일로 가의 1지역(5일)보다 길다.
예상보다 수위가 낮다는 평가도 있다. 개별허가의 경우 준비해야 하는 신청서류 수가 나 지역(7가지)보다 적고, 전략물자를 제3국으로 중개 무역하기 위해 필요한 중개허가를 받을 경우 가 지역처럼 심사도 면제해주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새로 일본이 포함된 ‘다’ 지역을 만들어 화이트리스트가 아닌 국가인 나 지역보다 더 강한 수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박 실장은 이에 대해 “톤다운 여부를 말씀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러 다양한 대안을 검토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긴 했으나, 우려와 달리 추가 품목 규제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존 3개 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용했다”며 “한일 경제전쟁이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서면서 정부도 대응 수위를 맞춘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이날 ‘대화의 장을 열어둘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성 장관은 “의견수렴 기간 중에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이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통상적인 고시개정 절차에 따라 20일간 의견수렴,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9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일본의 조치는 이보다 앞선 이달 28일부터 시행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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