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동의하기 어려워” 장제원 “역사 자해행위”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대표 저자인 ‘반일 종족주의’ 비판이 자유한국당에서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앞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비판한 이 도서는 현재 주요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읽어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데 왜 이 책을 보수 유튜버가 띄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보수ㆍ우파들 기본 생각과도 어긋나는 내용이라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토지조사사업, 쇠말뚝, 징용, 위안부 문제 등 전혀 우리 상식과 어긋나고 오히려 일본의 식민사관 주장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며 “이 책에 대해서는 ‘제국의 위안부’와 마찬가지로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제국의 위안부’는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가 쓴 책이다. 홍 전 대표는 “세상이 흉흉해지니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고 자신의 소감을 덧붙였다.
한국당 내 쇄신파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도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책을 읽는 동안 심한 두통을 느꼈다”며 “이 책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연스레 가질 수 있는 반일 감정이 이 나라를 파멸로 이끈다’고 주장하며 국민을 우민(愚民)으로 여기고 있다”고 썼다. 장 의원은 같은 글에서 “독도 영유권 주장이 한국 사회가 진보하지 못하는 이유고, 강제징용은 허구라는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자해 행위”라면서 “한편에서는 반일감정을 선동하는 매국 행위를, 다른 한편에서는 지식인의 용기로 포장된 ‘역사 자해 행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반일 종족주의’와 함께 이 책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킨 조국 후보자의 "이런 구역질 나는 책을 낼 자유가 있다면 시민들은 이들을 '친일파'라고 부를 자유가 있다”는 발언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영훈 교수 등이 지난 7월 펴낸 ‘반일 종족주의’는 일본 식민지배와 친일 청산, 일본군 위안부, 독도 영유권 문제 등을 다뤘다. 필자들은 일제 식민지배 기간에 강제동원과 식량 수탈, 위안부 성노예화 등 반인권적ㆍ반인륜적 만행은 없었고, 많은 젊은이들이 돈을 좇아 조선보다 앞선 일본에 대한 ‘로망’을 자발적으로 실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도발 직후 출간되면서 극우보수진영에선 환영을 받았지만, 일반 국민 대다수의 공감을 얻긴 어려운 주장이란 반론도 나왔다.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변화와 혁신’으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는 한국당으로서도 불똥을 피하기 위해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편 이영훈 교수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달 6일 유튜브 채널 '이승만TV'에 “평생 비정치적으로 연구실을 지켜온 사람을 부역ㆍ매국 친일파라고 매도했다”며 “(자신은) 친일파와 무관하고 오히려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라온 사람을 부역ㆍ매국 친일파로 규정하겠다면 그 용어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법적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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