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이 항공기 조종사 양성과정을 거친 조종사에게 ‘10년 의무복무’를 강제하는 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박형순)는 국가가 전직 해경 조종사 A씨를 상대로 낸 조종사 교육훈련비(1억1,900여만원)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09년 해경 경위로 임용된 A씨는 조종사 양성과정에 선발돼 2011년부터 약 2년 동안 조종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그는 2013년부터 4년 1개월 동안 조종사로 근무하다 휴직을 신청한 뒤 지난해 조종사를 그만뒀다. 이에 국가는 A씨를 상대로 조종사 교육훈련비를 돌려내라며 소송을 냈다. 조종사 양성 과정에 지원할 때 ‘10년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양성에 소요된 경비 일체를 반납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썼다는 게 소송의 근거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기복무 의무에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직업 선택의 자유처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률에 근거해야 하지만, 조종사 양성과정 관련 장기복무 의무를 부여하는 데는 근거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익적 측면만을 강조하여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는 약정을 적법하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10년 의무복무 서약서 자체가 위법하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10년 의무복무 자체가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재판부는 “공무원 인재개발법 등에 ‘훈련 기간과 같은 기간’ 동안 의무복무토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1년 11개월 동안 훈련받은 A씨는 4년 1개월간 복무했으니 의무 위반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k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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