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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태 격화에 캐세이퍼시픽 희생양 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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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태 격화에 캐세이퍼시픽 희생양 삼나

입력
2019.08.12 14:22
수정
2019.08.13 00: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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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단, 선전으로 무장병력 집결 동영상 공개

홍콩 국적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10일 홍콩 국제공항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사이에 섞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친중 성향 매체들은 항공사 직원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대공망 캡처
홍콩 국적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10일 홍콩 국제공항에서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사이에 섞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친중 성향 매체들은 항공사 직원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대공망 캡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12일 오후 홍콩국제공항을 점령해 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중국과 홍콩 정부의 시위 세력을 고립시키려는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시민들의 결속을 차단하기 위해 ‘약한 고리’를 끊는 데 주력하는 한편 관영 매체 보도를 통한 중국 본토 관광객의 불매운동을 조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홍콩의 유명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이 타깃이 됐다. 총파업에 적극 참여한 데다 직원들이 시위대와 내통했다는 이유에서다. 홍콩의 친중 성향 매체 대공보(大公報)는 전날인 11일 “캐세이퍼시픽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 여러 명이 홍콩 공항에서 열린 불법 집회에 참여해 급진 분자들 무리에 뒤섞여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폭로했다. 이들이 시위대와 큰 소리로 떠들면서 서로 스스럼없이 대했다는 것이다. 이날 공항 점거 사태에 앞서 이미 지난 9~11일 사흘간 공항에서는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홍콩 사태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연좌시위가 진행돼왔다.

중국과 홍콩 정부는 시위 정국에서 캐세이퍼시픽 직원들의 행동을 여러 차례 문제 삼은 바 있다. 지난달 30일 폭동에 참여한 혐의로 30세 기장이 체포되는가 하면, 직원 2명은 중국 본토에 간 홍콩 경찰의 신원 정보를 유출했다가 해고됐다. 지난 5일 50만명이 참여한 총파업 때도 캐세이퍼시픽은 항공 대란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2일 “직원 1,200명과 조종사 등 2,000여명이 당시 파업에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국과 홍콩 정부는 항공기 운항 중단을 포함한 강경 조치를 거론하며 캐세이퍼시픽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글로벌타임스는 “직원들이 극단적 정치 성향을 보이며 법치주의를 노골적으로 무시했다”면서 “신뢰를 깨뜨리고 비행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라면 중국 본토 시장을 잃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항빈(陈恒镔) 홍콩 입법회 교통사무위원회 대변인은 “집회와 행진에 참여한 기장과 승무원들은 아마추어가 아니라 이미 불법행위자”라며 “계속해서 대중의 이익을 무시한다면 정치적 격변의 제물이 될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날 홍콩 증시에서 캐세이퍼시픽 회사 주가는 장중 4.7%까지 떨어져 10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루퍼트 호그 캐세이퍼시픽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불법 시위에 참여하거나 지지하면“ 해고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부상하는 홍콩의 아이콘이었던 캐세이퍼시픽이 이제는 중국 통제력 강화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침사추이의 대형 쇼핑몰인 하버시티도 중국 본토 관광객의 불매 운동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중국 국기 오성홍기가 최근 두 번이나 바다에 버려져 중국인의 분노를 자극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이다. 글로벌타임스의 편집장 후시진(胡錫進)은 지난 10일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하버시티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서 보이콧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중국 본토에서는 후시진의 주장이 힘을 얻어 하버시티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는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공청단이 12일 웨이보를 통해 공개한 59초 분량의 동영상. 장갑차와 무장차량 수백대가 홍콩과 마주한 선전 일대로 집결하고 있다. 공청단 웨이보 캡처
중국 공청단이 12일 웨이보를 통해 공개한 59초 분량의 동영상. 장갑차와 무장차량 수백대가 홍콩과 마주한 선전 일대로 집결하고 있다. 공청단 웨이보 캡처

아울러 중국은 재차 무력 진압을 경고하며 맞섰다. 중국 공청단은 12일 웨이보를 통해 무장 병력을 태운 수백 대의 장갑차와 차량이 홍콩과 마주한 선전(深圳) 일대에 집결하는 59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화면에는 ‘폭동, 폭력범죄, 테러 공격 및 기타 사회보장 사건을 처리하는데 무장 경찰을 동원할 수 있다’는 중국 인민경찰법 제2장 7조가 고스란히 등장한다. 마침 이날 홍콩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ㆍ마카오 사무판공실은 홍콩 시위를 ‘테러’로 규정했다. 홍콩 사태에 개입하기에 앞서 중국이 온갖 명분을 들이대며 벼르는 모습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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