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신형 전술무기의 시험사격을 참관했다며 1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대남 비난 수위를 한없이 높이고 있다.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첫날인 11일 외무성 국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서다. 한미 군사연습을 중단 또는 해명하지 않으면 남북 접촉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물론이고, 북한의 무력시위 중단을 촉구하는 청와대를 향해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개”라고도 비하했다. 남측을 아무리 공격해도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북측이 원하는 시점에 남북 대화도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 탓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남한 경시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한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 담화는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을 겨냥, “군사연습을 아예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하여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미 군사훈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온 것에서 나아가 ‘남북 대화 단절’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북측은 청와대와 우리 정부를 향한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번 한미 연합연습의 명칭을 양국 동맹을 강조한 ‘19-2 동맹’ 대신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으로 결정한 점을 두고서도 “똥을 꼿꼿하게 싸서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하여 악취가 안 날것 같은가”라고 비꼬았다. 또 전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청와대가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연 것을 거론하며 “쫄딱 나서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 “우리 눈에는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의 안하무인식 대남 비판은 기본적으로 남북 대화의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당장은 한국을 빼고 미국과 직접 협상하겠다는 게 북측의 방침이고, 향후 남북 대화를 재개한다 해도 한국과의 껄끄러움은 전혀 장애 요인이 안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막말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남한 때리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비호도 디딤돌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이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이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권 국장도 이날 담화에서 “미국 대통령까지 우리의 상용무기개발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아주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고 인정하였는데 도대체 남조선당국이 뭐길래 군사적 긴장격화니, 중단촉구니 뭐니 하며 횡설수설하고 있는가”라고 강변했다. 기존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남한을 압박한다) 기조에서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에 ‘올인’하는 방식으로 한미동맹의 균열을 시도하는 신(新)통미봉남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대남 비판 담화 등으로 연일 남측을 겨냥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 청와대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야당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조롱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북한의 막말 섞인 조롱은 비굴할 정도로 북한의 눈치를 맞춰온 현 정권이 우리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김정은에게 상납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전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핵외교안보특위 긴급회의를 열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한다”며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북한의 조롱은 결국 우리 국민들에 대한 것이지만 청와대와 국방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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