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당직 친박계 배치로 반발 사… 당 지지율은 10%대로 추락
“총선 압승과 정권교체를 하겠다”며 2ㆍ27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쥔 황교안 대표가 이달 말 취임 6개월을 맞는다. 그러나 취임 직후 당 지지율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인 30%대로 끌어올리며 차기 대선주자 1위로 승승장구하는 듯했던 그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 출마선언문과 당 대표 수락연설문에서 야심 차게 약속했던 △자유우파 대통합 △탕평 △외연 확대 △강력한 원내외투쟁 공약이 표류 중이고 당 지지율은 취임 이전인 10%대로 추락했다. 현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퍼질 기세고, 일각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이야기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출마선언문에서 제 일성으로 강조했던 탕평 인사는 현재까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비서실장부터 사무총장, 대변인 등 주요 당직에 친박계를 앉히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면서다. 지난달엔 우리공화당과의 총선 연대설마저 거론돼 비박계 인사들이 ‘도로친박당’이라고 공개 비판에 나서는 상황이 됐다. 황 대표는 “당을 망치는 계파적 발상에 대해서는 신상필벌 하겠다”는 경고로 응수했지만, 총선 공천이 친박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비박계의 의구심은 줄지 않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대통합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수통합 핵심 축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와는 현재까지 한 차례 통화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파인 원희룡 제주지사와도 “사전교감이나 회동 시도조차 없었다”는 게 원 지사 측 이야기다. 무소속 서청원 의원, 복당파 김무성 의원과의 잇따른 단독 회동도 주목을 받았으나 “생산적 대화는 없었다”는 게 이들의 반응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상대방의 정치 인생이나 행보에 대한 공부 없이 보여주기 식으로 만나다 보니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권 후보를 비롯한 당의 중심 인물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통합 정책협의회’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진전이 있을 리 없다.
청년, 여성을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던 계획은 아들 특혜 채용 논란과 여성 당원 엉덩이춤으로 주춤한 상태고, 강력한 원내외투쟁 공약은 18일간의 민생투쟁 대장정과 6차례 이어진 장외집회로 집토끼를 결집하는 수준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장외집회 당시 황 대표가 자진해서 온 시민들이 아닌 대거 동원한 당원들의 환호에 감격해 스스로 취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현재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 공약은 지난 6월 출범한 ‘2020경제대전환위원회’에 그치지만, 이마저도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한 재선 의원은 “황교안 대표 체제가 흔들리니 비대위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아무리 안팎에서 지적해도 황 대표가 변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병민 경희대 겸임교수는 “황 대표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당내 반발에 맞서 원희룡 지사부터 유승민 전 대표까지 통합하기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며 “아직까지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에 혁신과 통합을 전담하는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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