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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 탄생 200주년… ‘모비딕’은 아직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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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 탄생 200주년… ‘모비딕’은 아직 살아있다

입력
2019.08.12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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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완역 재출간, 그래픽노블 등 출판가 기념 출판 잇따라 

록웰 켄트의 모비딕 일러스트. 문학동네 제공
록웰 켄트의 모비딕 일러스트. 문학동네 제공

전설의 흰 향유고래와 인간의 치열한 사투를 그린 허먼 멜빌의 장편소설 ‘모비딕’. 모비딕이란 이름의 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선장 에이허브가 포경선 피쿼드호를 이끌고 모비딕을 뒤쫓는다는 내용이다. 국내에는 1954년 ‘백경’이라는 제목의 축약본으로 처음 소개됐다. 대중에게는 커피체인점 스타벅스의 이름이 피쿼드호의 일등항해사 스타벅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점으로 널리 알려졌다. 노벨연구소가 세계문학 100대 작품으로 선정하는 등 미국 문학 역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세계적 걸작으로 꼽힌다.

1851년 출간 당시만 해도 모비딕은 고래에 대한 백과사전식 묘사와 생소한 형식, 난해한 서술로 혹평을 받았다. 멜빌 사후 평론가 레이먼드 위버가 극찬하는 평론을 발표하며 재조명됐고 서머싯 몸이 자신의 10대 소설 중 하나로 꼽으며 현재의 명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1956년 그레고리 펙이 선장 에이허브로 분한 동명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됐다. 지난 1일 멜빌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세계 각국에서 기념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관련 공연과 영화 재상영, 기념 마라톤과 국제 컨퍼런스도 열린다. 아일랜드 맨섬에서는 기념우표도 발행됐다.

국내에서도 멜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모비딕을 다양한 버전으로 만날 수 있는 책들이 나왔다. 문학동네는 세계문학전집, 일러스트, 그래픽노블 버전을 동시에 출간했다. 특히 일러스트 버전은 1930년 미국 최고의 그래픽 아티스트 록웰 켄트가 그린 일러스트를 소설과 함께 묶은 것이다. 알래스카와 그린란드를 여행한 항해가였던 켄트가 모비딕의 심연을 그림으로 구현해 낸 일러스트 버전은 경제공황에도 불구하고 출간 즉시 매진 사태를 이루며 모비딕 열풍을 이끌어냈었다.

그래픽노블 모비딕은 앙굴렘 국제만화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크리스토프 샤부테의 시적이고 강렬한 그림으로 재탄생한 작품이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원작소설을 250쪽의 만화로 압축시켰다. 고래와 포경업에 대한 기존 소설의 백과사전식 묘사를 걷어낸 대신, 인물들의 심리와 서사에 집중해 읽는 재미를 배가했다. 세계문학전집 버전은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황유원 시인이 새롭게 완역했다.

허먼 멜빌 탄생 200주년을 맞아 출간된 '모비딕' 3종. 왼쪽부터 그래픽노블, 일러스트, 세계문학전집. 문학동네 제공
허먼 멜빌 탄생 200주년을 맞아 출간된 '모비딕' 3종. 왼쪽부터 그래픽노블, 일러스트, 세계문학전집. 문학동네 제공

출간 15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모비딕이 오늘날까지 주목 받는 이유는 책에 담긴 불변의 가치 때문이다. 바다와 신비한 존재에 대한 매혹과 두려움, 이에 맞서는 인간은 신화에서부터 이어져 온 대서사시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경과 고래에 대한 치밀한 기록, 백과사전으로서의 기능도 유효하다. 앞서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모비딕을 국내 최초로 완역한 김석희 번역가는 번역 후기에서 “복잡 미묘하게 잔물결이 이는 해수면처럼 사람의 눈높이에 따라 다양한 빛을 내는 소설”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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