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갑에 김수현 출마 유력 검토… 대구ㆍ경북 바람 교두보 전략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위해 경북 구미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 6ㆍ13 지방선거에서 구미시장을 당선시키며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구미를 대구ㆍ경북(TK)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의 성지인 구미에서 당선자를 배출할 경우, TK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11일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내에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구미갑에 출마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경북 영덕 출생이지만 구미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김 전 실장은 최근 이해찬 대표가 ‘TK 전략공천 1호’로 꺼낸 카드다.
민주당 입장에선 김 전 실장이 출마할 경우 ‘정부ㆍ여당이 구미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여권에선 김 전 실장과 함께 구미가 고향인 김상조 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후보군에 올려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실세 경제통’을 내세워 구미의 제조업 부흥을 일으킨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서다. 다만 김상조 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에서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 전 실장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ㆍ사회 정책을 만든 정권 핵심 인물이다. 민주당은 구미을에서 뛰고 있는 비례대표 김현권 의원과 함께 갑ㆍ을 모두 당선시킨다는 각오다. 민주당 대구경북발전특별위원장으로, 당내 TK 전략을 짜고 있는 김 의원은 김 전 실장을 통해 구미 민심을 흔든다면 도전해 볼만 하다고 보고 있다.
김수현 카드가 주목 받는 것은 구미를 ‘TK 바람’의 진원지로 삼겠다는 민주당 총선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ㆍ20대 총선 당시 부산ㆍ경남(PK)에 일었던 ‘낙동강 벨트’의 영광을 TK에서도 재현한다는 것이다. 경북의 김수현ㆍ김현권, 대구의 김부겸(수성갑)ㆍ홍의락(북구을) 의원이 선봉대가 돼 TK 선거를 이끄는 그림이다. 홍의락 의원은 “당은 구미를 공천 우선 지역으로 삼을 정도로 총선 주요 지역으로 보고 있다”며 “김 전 실장 얘기가 나오면서 지역에선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구미에 주목하는 건, TK 지역임에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소속 장세용 구미시장이 당선됐는데, TK 31개 기초단체장 중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건 구미가 유일했다. 물론 경선에서 탈락한 자유한국당 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것이 영향을 준 측면도 있다. 하지만 구미 소속 도의원 중 절반이 민주당 소속이고, 최근 한국당 소속 구미시의원들이 잇따라 구설에 휘말리면서 지역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최근 ‘구미형 일자리’로 지역 내 분위기가 한껏 달아 올랐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지난달 25일 구미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구미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실세들이 모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구미에서 열었던 이 대표는 이날도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협약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현권 의원은 “민주당 소속의 구미시장이 나오니 구미형 일자리도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지역에선 정부와 연결된 힘 있는 사람이 내려와 구미의 영화를 되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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