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2017)는 1970년대 캄보디아가 배경이다. 폴 포트 정권의 대살육 속에서 가족을 잃고 살인병기로 거듭나야 했던 5세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캄보디아계 미국인 인권운동가 로웅 웅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연출ᆞ각본 작업을 겸했다. 캄보디아의 쓰라린 현대사를 자국인이 아닌 미국인, 그것도 유명 배우가 되짚은 점이 흥미롭다.
□ 졸리는 캄보디아와 인연이 깊다. 그의 여전사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킨 ‘툼 레이더’(2001)를 앙코르와트에서 촬영하며 캄보디아와 인연을 맺었다. 2002년 배우 빌리 밥 손턴과 부부였던 시절 캄보디아 아기 매덕스를 입양했다. 졸리가 손턴과 이혼 후 브래드 피트와 동거하면서 매덕스의 이름은 매덕스 치밴 손턴 졸리에서 매덕스 졸리-피트로 바뀌었다. 졸리와 피트는 에티오피아와 베트남에서 두 아이를 더 입양하고 세 아이를 낳았는데, 매덕스는 피부색이 다른 육남매의 맏이 역할을 하며 스타 부모의 짐을 덜어주었다.
□ 매덕스는 졸리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매덕스 입양 후 자선사업가로 거듭났다. 졸리가 캄보디아 역사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같은 영화를 만든 것은 매덕스의 영향이 컸다. 영세 캄보디아 영화산업을 감안하면 졸리의 참여 없이 2,200만 달러가 들어간 영화 제작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매덕스는 촬영 현장에서 엄마를 돕기도 했다. 졸리와 피트가 2016년 세기의 파경을 맞았을 때도 피트와 매덕스 사이 갈등이 크게 작용했다는 소문이다. 피트가 졸리와의 재결합을 강하게 원하는데, 매덕스와의 불화가 높은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 매덕스는 내년 연세대에 입학할 예정이라고 한다. 졸리는 자신이 크게 의존했던 맏이가 한국으로 떠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해왔다는 말도 있다. 매덕스가 K팝에 반해 한국 대학을 택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졸리가 캄보디아에서 촬영을 안 했다면, K팝이 세계 음악시장에 유통되지 않았다면 매덕스의 한국행은 애초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캄보디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고, 한국에서 청년기를 보내게 되는 매덕스의 인생 행로는 세계화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자국 우선주의가 횡행하는 반(反)세계화 시대, 매덕스의 남다른 삶은 여러 상념을 떠올리게 한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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