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한미연합훈련, 그리고 통미배남(通美排南)을 통해 북한이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일련의 무기 등장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다. 5월 4일 이후 모두 “신형”이 공개됐다. ‘위력시위’라면 안정화된 무기가 상식적이다. 테스팅 의도가 컸다. 2013년 8월 국방과학기술 현대화사업 개시 이후 북한은 핵ㆍ미사일과 신형 전술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크게 3개 개발 축으로 이뤄졌다.
첫째, 신형전술유도무기 개발이다. 기존 스커드 미사일 대체용이자 한미 미사일방어체계(MD)의 틈을 노린 용도다. 북한은 2014년 6월부터 ‘신형전술유도탄’, ‘신형전술로케트’ 등의 이름으로 집중실험발사를 했다. 최근처럼 이때도 미사일과 방사탄 실험을 섞었다. 개발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프로세스는 2018년 2월 8일 열병식 무기 공개, 2018년 11월, 올해 4월 김정은 위원장 ‘신형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 5월 4일 발사실험으로 다시 표면화됐다.
‘KN-23’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지만, 한국의 ‘현무-2’, 중국의 ‘B-611’, 터키 ‘J-600T’ 등과 모양과 기동방식이 유사하다. 이스칸데르가 오랜 개발기간, 높은 고도화 수준, 수출용 양산체계를 갖췄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기술 유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 터키와 합작한 중국의 B-611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건 이번 실험발사들이 700km 내 다양한 사거리로 진행된 점이다. 일본 사세보에 있는 미 7함대 상륙전대를 비롯 한반도 전역의 군사기지가 사정권이다.
둘째, 신형잠수함 공개다. 발사관 3개를 갖춘 이 고래급 잠수함은 2014년부터 개발이 시작돼 ‘북극성-3형’ 개발과 궤를 같이한다. SLBM은 핵무기 3축 체계 중 ‘궁극의 꿈’이다. 핵무기 3축 체계 중 SLBM만으로도 충분히 제어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번 공개는 은밀성을 갖춘 전략무기 보유, 2,000km 범주 내 미사일 개발ㆍ보유 의지를 보인 것이다.
셋째, 신형 방공미사일체계다. 2017년 5월 김 위원장 참관 아래 이뤄진 ‘번개-5호’(KN-06)는 북한판 'S-400'이다. 러시아 S-400은 가장 문제적 무기다. 현존 최고의 대공미사일체계로 평가받는다. 미국의 PAC-3와 사드를 아우르는 무기 체계다. 이 무기가 도입된 국가들은 미국과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다. 터키는 S-400 도입으로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았다. 사실 중국이 제일 먼저 도입했다. 2014년 중러 정상 간 구매 합의 후, ‘사드’의 한국 배치 논의가 본격화됐다. 사드 배치는 S-400 대응용 성격이 강했다. 북한은 S-300을 모방한 중국의 HQ-9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신형무기들의 등장은 자위권 차원에서 일정 범위 미사일 개발ㆍ보유 의지를 담고 있다. 대량살상무기(WMD) 폐기라는 존 볼턴식 범주화에 대한 북한식 응답이다. 북한 무기들을 문제 삼는다면 상응하는 한국 내 무기들도 문제가 돼야 한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략자산 전개 중단,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대북 핵정책 변경 등은 김정은 시대 ‘안전보장’의 핵심 내용이다. 한미연합훈련은 북미 실무협상의 대미 맞대응 프레임, ‘포괄적 안전보장’용이다. 포괄적 비핵화 대 포괄적 안전보장 프레임은 결국 ‘군축’ 논리다. 미국이 논리적으로 궁색할 수밖에 없다. 물론 속내는 대북제재 해제지만, 여기에 연연하는 모습은 감출 것이다.
하노이 이후 북한은 철저히 남쪽을 배제하며 대미 배수진에 주력했다. 판문점 회동이 이뤄졌고 미국의 유연한 메시지들이 나오고 있다. 남쪽을 경유하지 않고 배수진을 친 결과로 보는 것이다. 11일 북한의 남북대화 불가론은 그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남쪽의 어설픈 중재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대미 배수진과 트럼프 대통령 직접 설득으로 ‘대타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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