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망과 인과관계 인정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제때 투약하지 않은 과실로 인공호흡기가 빠져 사망했다면 병원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폐동맥고혈압을 앓고 있던 김군(당시 11세)은 2011년 4월 가족여행 중 호흡곤란 상태에 빠져 경상대병원에 입원했다. 수면상태에서 인공호흡기를 씌운 채로 치료를 받던 김군은 입원한 다음날 오전 돌연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이후 두 달여 동안 중환자실에 있다 사망했다. 조사 결과 병원 의료진이 김군 입 주위에 테이프로 기관튜브를 붙여 호흡기를 고정해뒀는데 김군이 기침을 하는 바람에 튜브가 떨어지면서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한 것이 사망 원인이었다.
이에 김군 부모는 의료진이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자녀가 사망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1억5,0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환자가 기침을 하거나 몸부림을 치면서 인공호흡기 튜브가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병원에 의료과실이 없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에서 김군에게 신경근차단제가 제때 투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결과가 뒤집혔다. 신경근차단제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매시간 투약해야 하는 진정상태 유지약품으로, 김군이 사망하기 5시간 전부터 투약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2심은 “병원 과실로 환자의 적절한 진정상태가 유지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김군이 기침을 하면서 인공호흡기 튜브가 빠져 사망에 이른 인과관계가 있다”며 김군 부모에게 1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김군 부모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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