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급등하는 국내 금 가격. 그래픽=박구원 기자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ㆍ환율 전쟁,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금, 달러, 채권 등 이른바 ‘안전자산’의 인기가 연일 치솟고 있다. 당분간은 이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만큼, 새로 투자에 나서려면 여러 변수를 꼼꼼히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일 최고가 ‘안전자산 전성시대’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RX금시장의 1g당 금 가격은 지난 9일 5만9,550원(1돈 당 22만3,313원)으로 마감하며 2014년 3월 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금 가격은 지난 2일부터 6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안전자산 인기가 치솟으면서 금 가격은 연초(4만6,240원)보다 무려 28.8%나 올랐다. 특히 8월 첫 주(5~9일) 일일 금 거래량은 최대 245㎏(6일)까지 급증했다. 이는 5월(29.9㎏) 6월(37.4㎏) 7월(32.3㎏) 등 최근 3개월 일일 평균 거래량의 약 8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금 유통업체 한국금거래소의 송종길 전무는 “상속ㆍ증여까지 고려하는 고객은 골드바 등 실물을 많이 구매하고, 당장 투자 목적으로는 KRX금시장이나 금 펀드, 금 통장(골드 뱅킹) 등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달러화의 인기도 높다. 지난 3월말 347억1,700만 달러까지 떨어졌던 5개(신한ㆍ국민ㆍ하나ㆍ우리ㆍ농협)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377억5,000만 달러까지 늘었다. 또 주식보다 채권이 안전한 자산으로 각광 받으면서 채권형펀드 설정액(7월말 121조3,679억원)도 1999년 10월(130조8,091억원) 이후 19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 추이. 그래픽=박구원 기자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 

이처럼 여러 안전자산이 동시에 인기를 끄는 이유는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더욱 격화하며 환율 전쟁으로 번졌고, 수출과 내수 침체로 어려운 국내 경제는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겹치면서 한치 앞을 내다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엔 주식시장까지 패닉에 빠지면서 불안해진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현식 하나은행 투자상품부 차장은 “금, 달러 등 안전자산 투자 문의는 최근에 크게 늘기도 했지만, 연초부터 꾸준히 들어왔다”며 “한일 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되더라도 세계 경제가 조만간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안전자산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가는 물론, 일반인의 안전자산에 대한 재테크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분석이나 목표, 전략도 없이 안전자산을 맹신하는 건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령 금을 골드바 등 실물로 매입할 경우 시세에 부가가치세(10%)와 제조경비(5%)가 추가로 붙어 그 이상의 차익 실현이 가능한 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달러 투자도 “정부가 원ㆍ달러 환율에 구두개입을 했기 때문에, 환율로 단기 차익을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위험 분산 차원에서 자산 중 일부를 달러로 보유하는 게 바람직하다”(민경원 우리은행 애널리스트ㆍ박현식 하나은행 차장)는 지적이다.

김현섭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채권금리가 연초의 상승 예측과 반대로 하락하면서 채권형펀드 수익률이 더 높아졌다”며 “다만 최근 3개월, 6개월 수익률은 금리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된 결과여서 과거 실적만 보고 단기 투자에 나서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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