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서울 동작구 시니어 일자리 기업 ‘어르신행복주식회사’ 
평균 연령이 만 67세인 ‘동작구 어르신행복주식회사’ 소속 어르신들이 8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체육센터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집에 있으면 뭐합니까? 아직은 일할 나이죠.”

8일 오후 3시 서울 동작구 흑석체육센터. 분홍색 티셔츠를 유니폼으로 맞춰 입은 어르신 무리에서 김유순(69)씨가 몸을 일으켰다. 한 손에는 밀걸레를 든 채다. 평균 연령 67세인 이들은 전국 최초로 자치단체가 세운 시니어 일자리 전문기업 ‘동작구 어르신행복주식회사(이하 동행)’ 소속 직원들이다. 16명이 두 개 조로 나뉘어 흑석체육센터 건물 청소를 책임지고 있다. 이날 오후 근무조인 김씨는 “밥 먹고 갈 데가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다”며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웃었다.

동행은 서울 동작구가 초기 자본금 전액(2억9,000만원)을 대 2015년 세운 회사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생각에서다. 만 61~73세 어르신 124명을 고용하고 있다. 주로 관내 공공시설 청소 대행 업무(‘해피클린’)를 한다. 수작업으로 손수건과 스카프 등 생활용품을 만들어 파는 ‘할미꽃’과 시간제 아이돌봄 서비스인 ‘산타맘’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아이돌보미 교육 40시간을 수료한 뒤 산타맘으로 일하고 있는 박성찬(65)씨는 하루에 4시간씩 7세와 9세 남매를 돌보고 있다. 박씨는 “하루 종일 일하기는 힘들어 짧게 일하는 일자리를 찾다 구청에서 소개를 받아 하게 됐다”며 “내 아이뿐 아니라 손주도 키운 경험이 있어 일 자체가 잘 맞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동행 어르신들은 하루 평균 5.5시간을 일한다. 사흘 일하고 나흘 쉬는 식이다. 최저임금보다 많은 생활임금(1만148원)을 적용 받아 한 달에 145만원가량을 손에 쥔다. 근무 만족도 조사를 하면 100점 만점에 98점이 나온다.

동작구 어르신행복주식회사는 손주를 돌봤던 어르신의 경험을 되살린 아이돌봄서비스 ‘산타맘’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동작구 제공

동행은 지자체가 모범적인 고용주가 돼 안정적인 어르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뜻 깊다. 일시적으로 제공하고 마는 여타 시혜성 일자리와 달리 꾸준한 소득을 보장한다. 한 번 발을 들이면 정년인 73세까지 일할 수 있다. 직원들은 매년 12월 공개채용을 통해 뽑힌다. 6대 1에 이르는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매년 전직원이 야유회를 가고, 직무교육도 받는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소속감을 갖게 되는 것도 큰 소득이다.

2017년 흑자 전환한 동행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작년 매출은 22억1,600만원이다. 어르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더 많이 발굴하는 건 앞으로 과제다. 박은하 동행 대표는 “곧 다가올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한 어르신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이라며 “기초단체 단위에서는 힘에 부쳐 못하는 연구ㆍ개발을 광역이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박 대표는 “동행은 구의 용역 사업을 수행하고 구 예산이 급여로 다시 구민에게 돌아가 구민은 그 돈으로 세금을 내는, 지역사회 내 선순환을 만드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기업의 좋은 모델”이라며 “성동구의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 등 동행을 벤치마크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행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고령자 친화기업’으로, 2017년에는 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아침에 눈을 떠도 삶에 희망이 없다. 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는 한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가슴이 아파 고민 끝에 시작된 사업”이라며 “동행이 백세 시대를 맞아 노인 일자리 창출의 새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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