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이민자 출신 미국 외교관이 “더 이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기 만족적 국가’ 일원임을 정당화하지 못하겠다”는 사임의 변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 사표를 던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만 26세부터 10여년간 외교관으로 재직했던 척 박은 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이 같은 심경을 담은 칼럼을 공개했다. 그는 일부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딥 스테이트’(정부조직 내의 현 정권 전복 세력)는 실재하지 않는다면서 지난 3년간 그 어떤 조직적인 반(反)트럼프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강력하고 예외적인 국가라는 ‘미국 예외주의’에 영감을 받아 공직사회에 들어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난 세 차례의 해외 파견 근무에서 미국적 가치인 자유와 공정, 관용의 확산을 위해 일했다”고도 했다. 또 이민자 출신으로서 “나와 내 부모, 형제들을 받아준 미국 사회에 의무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자긍심은 점차 자괴감으로 변해 갔다. 박씨는 “대선 이후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고, 이민자를 폄하하고, 국경에서 부모와 아이들을 떼어놓는 모습을 목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 역시 매일 국정 우선순위에 따라 비자를 거절하고, 국경 안보ㆍ이민ㆍ무역 등 현안 지시를 따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원이었다”고 반성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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