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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즈하라항 배편 다 끊긴다” 텅 빈 쓰시마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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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즈하라항 배편 다 끊긴다” 텅 빈 쓰시마 ‘망연자실’

입력
2019.08.12 04:40
수정
2019.08.12 07: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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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사들, 이달 중순부터 운행 중단… 이즈하라 국제항 사실상 폐쇄 

지난 8일 일본 쓰시마시 이즈하라 가와바타도오리 거리. 각종 상가와 호텔 등이 모여 있는 이 거리는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 지나 다니는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지난 8일 일본 쓰시마시 이즈하라 가와바타도오리 거리. 각종 상가와 호텔 등이 모여 있는 이 거리는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 지나 다니는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8일 오전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對馬)시 이즈하라국제터미널. 부산항을 출발한 선박이 도착한 이 곳 출입국 관리소는 평소 한국인 관광객의 입국수속으로 북적댔지만 이날은 썰렁했다. 한 직원은 “평소 같은 시간 대에는 출입국 관리소 밖까지 줄을 설 정도로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3분의 1 정도로 방문객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기자가 탄 쾌속선 코비호도 정원 200명이지만 승객은 60명에 불과했다. 2층은 아예 비웠다. 그나마 배를 타고 온 관광객 대부분은 예약을 취소할 수 없는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쓰시마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또 당일 관광이나 쇼핑을 한 뒤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한일 경제전쟁 선언 이후 쓰시마가 한국인 일본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인 관광객 감소로 부산과 이즈하라항을 연결하는 배편이 모두 끊기면서 이즈하라국제터미널이 사실상 폐쇄 직전에 놓였다.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현지 관광 산업 자체가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한일 양국간의 교류를 전제로 한 현지 고등학생들의 진로도 불투명해지고, 신축 중인 박물관도 한국 관광객이 없이는 찾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쓰시마 관광객 99%가 한국인… “영영 끊길라” 우려 

쓰시마는 인구 3만2,000여명 정도의 작은 섬이지만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41만명이 찾아왔다. 이중 99%가 한국인으로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곳이다. 쓰시마를 방문하는 한국인은 평균 2만엔(한화 23만원 가량)을 현지에서 쓰고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달 한일고속해운과 쓰시마고속훼리가 대마도 노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16일부터 미래고속이 같은 노선을 9월말까지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대아고속해운도 오는 19일부터 이달 말까지 이즈하라 운행을 중단키로 함에 따라 사실상 이즈하라항의 국제선 기능은 상실하게 된다.

부산에서 1시간 가량 걸리는 쓰시마 북쪽의 히타카쓰 노선에 비해 이즈하라는 소요시간이 2시간 가량 걸리지만 시청을 비롯해 법원, 검찰청 등이 모여 있는 쓰시마시의 중심지와 가까워 한국 관광객이 애용하는 노선이다. 하지만 최근 승객 감소가 이어지자 연료비 등의 부담을 우려한 업체들이 운항 중단에 나선 것이다.

태풍이나 지진 등 천재지변이 아닌 한국과 일본 양측의 외교적 관계 악화에 따른 관광객 감소 등의 여파로 국제 여객선이 장기간 운행 중단 되기는 1999년 부산항과 이즈하라항 사이에 여객선이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저작권 한국일보]부산-쓰시마 여객선 운항 중단. 김문중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부산-쓰시마 여객선 운항 중단. 김문중 기자

이즈하라국제터미널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는 김태숙(62)씨는 “당분간 운행 중단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더 오랫동안 운항이 중단될 수 있다”면서 “부산을 오가는 선박 노선이 끊기면 이즈하라의 국제항은 사실상 폐쇄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국와 일본의 관계가 계속해서 악화될 경우 부산과 이즈하라를 연결하는 배편이 영영 끊길 수 있다’는 걱정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두를 나와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가와바타(川端)도리는 이즈하라 지역의 중심가로, 호텔과 각종 상가가 즐비하지만 길에는 인적이 없었다. 이 일대를 가로지르는 혼가와(本川) 인근의 한 업소는 평소 식사와 안주, 술을 팔면서 룸 5~6개의 노래방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한국인 관광객에게 큰 인기가 있었지만 이날은 썰렁했다. 한쪽 구석에 현지인 손님 3~4명만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일본인 여사장은 “2~3주 전부터 한국인 손님이 아예 찾아 오지 않아 영업에 지장이 정말 크다”면서 “이러다 문을 닫아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즈하라 최대 쇼핑가 ‘티아라’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티아라’ 2층 일본관광물산관과 1층 마트인 레드캬베츠 등에는 평소 한국인 쇼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다 팔린 물건들을 다시 채우느라 바쁜 곳이었다. 이날은 현지인 몇 명만 물건을 사거나 더위를 피해 온 현지 노인들이 쇼핑센터 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인근 면세점 직원은 “두어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형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주차를 하고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 나왔는데 지난달 중순부터 손님이 딱 끊겼다”고 말했다. 면세점과 ‘티아라’ 중간쯤에 있는 쓰시마 관광정보관 앞 대형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지난 8일 오전 부산을 출발해 일본 쓰시마로 가는 여객선은 2층이 완전히 텅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전체 200석인 이 여객선에는 이날 60여 명만이 승선했다.
지난 8일 오전 부산을 출발해 일본 쓰시마로 가는 여객선은 2층이 완전히 텅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전체 200석인 이 여객선에는 이날 60여 명만이 승선했다.
지난 8일 오후 일본 쓰시마시의 관광정보관 앞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기 전 이곳에는 관광버스들이 줄이어 주차돼 있었던 곳이다.
지난 8일 오후 일본 쓰시마시의 관광정보관 앞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기 전 이곳에는 관광버스들이 줄이어 주차돼 있었던 곳이다.

 ◇현지 한국인 사업가까지… 관광업서 전방위로 피해 확산 

단순히 한국인 관광객만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친밀했던 한일 양국간 우호관계에 금이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과의 교류 감소는 쓰시마 현지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즈하라 쓰시마 고등학교 국제문화교류학과의 졸업생 상당수가 부산과 서울 등 한국 대학으로 많이 진학하고 있다. 현지의 한 주민은 “국제문화교류학과 자체가 한국과의 교류를 전제로 만들어져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도 30명 정도가 유학 와서 입학을 할 정도로 인기”라며 “악화된 한일 관계가 학생들의 진로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쇼핑센터 ‘티아라’ 뒤쪽 편에 내년에 들어설 ‘쓰시마박물관’은 한일 교류의 상징으로, 한국인을 유입하는 또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기대됐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6,280㎡ 대지에 총면적 4,097㎡, 지상 3층 규모로 내년 완공돼 조선통신사 등 한국과 일본의 교류 역사를 기억하는 문화재 자료들이 전시될 예정이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없을 경우 ‘개점 휴업’ 상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쓰시마에서 숙박이나 음식 관련 사업을 하는 한국인도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이즈하라의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건물 인근에 신축 중인 한 호텔은 한국인 사업가가 20억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연말 완공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이 호텔의 경우 한국인 관광객 급감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한국인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 식당 중에는 휴업을 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곳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 살고 있는 한 한인은 “한국과 일본 양 국가 사이가 나빠진 것 때문에 현지 주민들과 현지에 있는 한국인들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두 나라가 현명한 해결 방법을 모색하지 않은 한 이런 피해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오후 일본 쓰시마 쇼핑센터인 '티아라' 2층 일본관광물산관에는 찾는 한국인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지난 8일 오후 일본 쓰시마 쇼핑센터인 '티아라' 2층 일본관광물산관에는 찾는 한국인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쓰시마=글ㆍ사진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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