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 고위관계자는 9일 대법원 강제동원 배상판결을 둘러싼 해법 모색과 관련해 “한국이 만든 문제이므로 한국이 창의적인 해법을 제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으로선 노동자(강제동원) 문제는 넘을 수 없는 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법원 판결로 인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선 “자의적 운용은 있을 수 없다. 어제처럼 한국에 대한 수출허가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강제동원 문제는 한국이 해결해야 하고, 수출 규제는 보복 조치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9일 도쿄 포린프레스센터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과 만나 현재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1+1안’(한일 기업이 기금 마련) 제안에 대해선 “이미 거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측에 기대하는 방안에 대해선 “압류자산 매각으로 일본 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게 최소 요건”이라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3건 외에 (강제동원 재판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출구전략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삼권분립을 강조하며 대법원 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는 한국 정부에 대해 “일본의 요구는 사법에 관여하라는 게 아니다”며 “삼권분립은 국가 내 통치 시스템이지만 국가 간 약속(한일 청구권 협정)은 사법을 포함해 국가 전체를 구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경제보복’, ‘대항조치’라는 지적에는 “한국에 대한 신뢰가 상실됐다”며 “강제동원 판결, 위안부 합의 파기 등 작년에 발생한 일들이 모두 겹쳐진 게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파기를 검토 중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에 대해선 “한일뿐 아니라 한미일 안보협력에 중요한 요소로 파기할 생각이 없다”고 연장을 희망했다. 또 미국이 한일 양국 간 중재에 나설 것이란 보도와 전망에는 “주권 국가인 한일이 직접 풀어야 한다는 게 미국 입장으로, 관여하지만 중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의 한일관계에 대해 “그간 어려운 국면 속에서도 안전장치로 기능했던 안보ㆍ경제ㆍ민간교류 등이 막히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날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자제, 문화ㆍ스포츠 교류 중단이 잇따르는 것과 관련, 일본 정부 측이 “예상보다 소동(사태)이 크다”며 ‘오산(誤算)’임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에 “외무성에서 한국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는 (불매운동 등의 반응을) 예상했다”면서 “오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람에 따라 그런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