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9일 발표한 2기 내각 명단에 ‘파격’은 없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만큼 개혁보다는 안정에 방점이 찍힌 개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도 관료와 대학 교수를 중용해 정권의 핵심 국정 과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힘을 싣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4명 중 교수 출신이 3명이고, 1명은 부처 내부 승진 케이스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도덕성을 기본으로 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를 우선 고려한 인사”라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을 일관성 있게,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대 전기ㆍ정보공학부 교수로, 세계적인 반도체 석학이다. 최 후보자의 발탁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이후 우려되는 반도체 산업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고 대변인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여 국가 연구개발 혁신을 주도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는 등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ICT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재벌 개혁’의 바통을 이어받게 된다.
잇단 실책 논란에도 외교안보 라인은 유임됐다.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미대사로 옮기게 된 게 전부다. 한일 갈등과 미중 경제 전쟁, 북한ㆍ중국ㆍ러시아의 도발 등 대형 현안이 동시다발로 등장한 만큼, 문 대통령은 일단 상황 관리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야당이 교체를 강하게 요구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자리를 지키게 됐다. 강 장관은 내년 총선 차출설이 있다. 여당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총선 출마 가능성이 오르내리는 홍남기 경제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인사 대상에서 빠졌다. 연말에 대규모 추가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여성 국무위원 비율은 27.8%(18명 중 5명)로, 제자리를 지켰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여성 장관 30% 기용’에 근접한 수치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38년 만의 여성 공정거래위원장이 된다. 이번 개각은 지역 안배 면에선 상당히 균형 잡힌 인사다. 장관(급) 인사만 보면, 충청과 전북 출신이 2명씩이고 서울, 부산(PK), 대구(TK), 강원이 각 1명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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