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아이돌 그룹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소인원'이다. 지난 1일 진행된 올해 하반기 첫 음악 시상식 '2019 MGMA'에서 남녀 신인상을 수상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와 ITZY(있지)는 5인조 팀이고, 이들 외에도 올해 데뷔한 여러 아이돌 그룹 대부분은 비교적 적은 인원수를 보인다. 아이돌 그룹 구성의 트렌드가 또 한번 변화했다.
올해 데뷔한 팀들 가운데 10인조 체리블렛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인 아이돌 그룹은 7명 이하의 멤버들로 이뤄져 있다. '방탄소년단 동생'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트와이스 동생' ITZY를 비롯해 '마마무 동생' 원어스는 6인조, '빅스 동생' 베리베리는 7인조, 'EXID 동생' 트레이는 3인조, '청하 동생' 밴디트는 5인조, '신화 동생' 원팀은 5인조, '배진영 그룹' CIX는 5인조, '이대휘·박우진 그룹' AB6IX는 5인조, '장문복 그룹' 리미트리스는 4인조, 위에화의 에버글로우는 6인조, 춘의 위인더존은 5인조, GH의 써드아이는 3인조 팀이다.
지난해 여러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12인조 더보이즈, 9인조 스트레이키즈, 12인조 이달의소녀와 비교해도 1년 사이에 달라진 구성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4세대 아이돌 그룹의 구성 변화에 대해 가요계가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몇년 간 유독 많았던 서바이벌 오디션 방송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할이 있다. 대표적으로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만 놓고 봐도 매번 100명 가량의 연습생들이 출연한다. 이들 가운데 최종 데뷔조에 들지 못했지만 막강한 팬덤을 구축한 채 원 소속사로 돌아간 연습생들도 많다. 많은 기획사들은 그 화제성을 이어가기 위해 해당 연습생을 주축으로 신인 그룹을 결성한다. 팬덤에 무대 경험까지 갖춘 이들이 확실하게 존재감을 뽐내기 때문에 소인원으로도 꽉 찬 무대가 완성된다. 오히려 소인원이라 멤버들의 합도 더 잘 맞는다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올해 신예 중 원어스, 리미트리스, 에버글로우에는 '프로듀스 101' 시리즈, ITZY, 트레이, 원팀, 위인더존에는 JTBC '믹스나인' 출신 멤버가 포함돼 있다. CIX와 AB6IX는 워너원 활동을 마친 배진영, 이대휘, 박우진이 소속된 팀이다. 오디션에서 먼저 이름과 얼굴을 알린 주축 멤버들은 대부분 팀의 센터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소인원 그룹이 많아진 또 하나의 이유는 소수 정예의 어드밴티지로 찾아볼 수 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데뷔조는 '프로듀스 101' 시리즈 출신 11인조 아이오아이, 워너원, 엑스원, 12인조 아이즈원, MBC '언더나인틴' 출신 9인조 원더나인 등 대부분 다인원으로 구성된다. 멤버들이 수개월 간 방송으로 각자 매력을 발산한 만큼, 이들은 다인원 팀임에도 멤버들을 보여주기 용이하다. 그러나 방송이 아닌 기획사가 탄생시키는 아이돌 그룹은 프리 데뷔 활동 만으로 매력을 뽐내기에는 한계가 분명 있다.
이에 많은 기획사들은 짧은 시간에도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연습생, 서로 함께 있어 더 매력적인 연습생들을 모아 소인원 그룹을 구성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특히 올해 신인 그룹들은 멤버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돼있는 것 같다. 메인보컬, 메인댄서가 아니더라도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멤버들을 모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멤버 수는 적어도 올해 신인 그룹들이 꾸미는 무대가 비어보이지 않는 건, 이런 전략이 관통했기 때문이다. 4세대 아이돌 그룹의 다운사이징은 최근의 여러 기획사들이 택한 최선의 방법이다.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멤버들의 매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 선택의 이유를 입증할 신인 그룹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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