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최근 인도령 카슈미르(잠무-카슈미르)의 특별 자치권을 박탈하고 군사 통제를 강화하자, 파키스탄이 반발하며 인도를 상대로 외교관계 격하 및 양자 무역 중단을 선언했다. 양국 사이에 70년 넘게 지속돼 온 카슈미르 분쟁이지만,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권이 올해 재집권에 성공한 후 이 지역에 대한 합병 계획을 노골화하면서 오랜 분쟁이 새 국면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정부는 잠무-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인도 정부의 자치권 박탈에 반발하며 인도와의 외교 관계를 격하하고 양자 무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샤 마흐무드 쿠레시 외무장관은 “파키스탄은 정치적, 외교적, 법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군사적 옵션은 보고 있지 않다”며 무력 충돌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8일에는 인도행 열차 운행도 중단됐으며, 인도 영화까지 금지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 같은 파키스탄의 보복 조치는 지난 5일 인도 정부가 잠무-카슈미르의 헌법상 특별지위를 보장하는 헌법 370조를 삭제하면서 촉발됐다. 그동안 폭넓은 자치가 허용됐던 이곳은 인도 연방 직할지로 편입됐고, 원주민들에게 주어지던 부동산 취득 및 취업 관련 특혜도 사라졌다. 현재 지역 주민의 60%가량이 무슬림이지만 CNN은 “370조 폐지로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이곳으로 이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인도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이곳의 ‘힌두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인도 당국은 이미 지난 4일 저녁부터 3만 5,000여명의 인도군을 추가 파견해 통제를 강화해왔다. 8일까지 최소 300명의 정치인과 분리주의자들이 구금됐고, 전화와 인터넷도 모두 차단된 상태다. 루퍼트 콜빌 유엔 인권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현지 상황을 ‘새로운 단계’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잠무-카슈미르의 향후 지위를 둔 민주적 논쟁에 참여하는 것이 원천 차단됐다”고 비판했다.
외신들은 인도 정부의 이 같은 일련의 조치를 두고 힌두 근본주의를 이념으로 삼는 집권당 ‘인도국민당’(BJP)과 모디 총리의 오랜 염원을 실현해가는 과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올해 4, 5월 총선 때부터 BJP는 카슈미르도 인도의 다른 지역과 똑같이 통치돼야 한다면서 ‘370조 폐지’를 주장했고, 모디 총리가 예상외 압승을 거두자 과감하게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인권운동가이자 작가인 하쉬 맨더는 인도 정부의 카슈미르 자치권 박탈과 관련해 CNN에 “힌두 민족주의 국가에 대한 그들(BJP)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의제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카슈미르는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된 지역 중 한 곳이며, 폭력과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은 군사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한편 양국 간 긴장이 다시금 높아지자, 인도의 조치에 반발해 이슬람 무장 조직이 테러를 일으킬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8일 인도 정보기관을 인용,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자이시-에-무함마드’가 카슈미르뿐 아니라 뭄바이 같은 인도 대도시의 인프라 시설 등을 타깃으로 한 공격을 계획 중인 것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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