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저금리, 입주물량 증가 요인”… 기업 부동산대출도 크게 늘어
우리나라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받은 부동산대출 잔액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기업의 부동산대출도 크게 늘며 국내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는 1,7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ㆍ분양 물량이 상당한 데다, 금리도 낮아진 만큼 대출 잔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의 ‘최근 부동산관련 대출 동향 및 평가’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이 가계와 기업에 내준 부동산관련 대출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1,668조원(잠정치)이다. 이 중 가계의 부동산대출 잔액은 1,002조원, 기업은 667조원이다. 부동산관련 대출에는 부동산담보대출, 집단대출, 전세자금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이 포함된다.
최근 부동산대출 증가세는 과거보다 속도가 줄었지만, 여전히 경제 규모에 비해 빠른 상황이다. 3월말 기준 부동산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7.7% 늘었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증가율이 높았던 2015년(전년 대비 13.2%)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보다 1.2% 늘어나는 데 그친 만큼 GDP 성장세보다는 더 빨리 증가했다.
증가세는 가계보다 기업 쪽이 훨씬 컸다. 3월 말 가계 부동산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 늘어난 데 비해, 기업은 13.9%나 증가했다. 기업 부문의 부동산 임대업 대출수요가 증가하고, 가계대출 규제에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집중한 영향이다. 전체 부동산대출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말 33.9%에서 올해 3월 말 40.0%로 상승했다.
유형별로 나눠 보면 상업용 부동산 등 비주택부문 대출이 지난해 3월 말보다 9.5% 늘어났다. 상업용 부동산 수익률이 높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금융상품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가계에 비해 기업의 부동산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최근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ㆍ분양 물량은 부동산대출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 경기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대출 건전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연체율도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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