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격화되면서 중국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 고위관료가 공공연히 군 병력 투입을 거론하는가 하면, 서구의 개입을 부각시켜 친정부 성향의 홍콩 민심을 부추기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장샤오밍(張曉明) 홍콩ㆍ마카오 판공실 주임은 전날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에서 열린 비공개 좌담회에서 “60일째 계속된 홍콩 위기가 점점 더 나빠지면서 홍콩 반환 이래 가장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시위가 홍콩 정부의 통제 수준을 넘어선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인민군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 인사가 군사적 개입을 언급한 것은 지난달 24일 우첸(吳謙) 국방부 대변인, 31일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천다오샹(陳道祥) 사령원 이후 세 번째다.
장 주임은 또 홍콩 사태를 ‘색깔 혁명’이라고 규정했다. 색깔 혁명은 조지아 장미혁명,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 키르기스스탄 튤립혁명 등 2000년대 초반 구소련과 발칸반도 일대의 정권교체 혁명을 말한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앙정부 관리가 홍콩 시위를 색깔 혁명으로 지칭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톈페이룽(田飛龍) 베이징항공우주대학 법학원 교수는 “홍콩 정부를 마비시키고 번영과 안정을 해치려는 게 시위의 목적이라는 의미”라며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면 중앙정부가 전면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작 관영 언론은 무력동원 가능성을 부인하며 발뺌하는데 급급했다. 환구시보는 “무력개입을 꿈도 꾸지 말라”는 미 의회의 경고를 걸고 넘어지며 “중국은 홍콩 정부의 엄정 대처를 지지한다”면서 “군 투입은 생각도 안 하는데 미국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홍콩의 과격 시위가 누가 봐도 도를 넘었다는 의미”라고 역공에 나섰다. 또 미국의 잇단 총기난사 사건을 거론하며 “홍콩 시위현장에서는 아직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경찰의 과잉 진압에 따른 인권 침해 논란을 차단했다.
이런 가운데 인민일보는 조슈아웡(黃之鋒) 등 시위대 지도부가 6일 도심의 한 호텔에서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정치팀장과 만나는 사진을 게재하며 “홍콩 혼란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들이 마치 보스를 만난 듯 미국인 여성에게 공손하게 행동했다”면서 외세 개입설을 잔뜩 부각시켰다.
홍콩 시위대는 9일 공항에서 다시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지난 5일 50만 총파업과 도심 8곳의 동시다발 시위 이후 나흘 만이다. 10~11일에도 시위가 계속되면 10주 연속 주말 시위를 벌이는 셈이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미 국무부는 7일(현지시간) 홍콩 여행 권고 수위를 ‘일반적 주의’를 뜻하는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날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도 한국인 여행객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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