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신사 있었던 광주공원 등 65곳에 역사 알리는 문구 설치
부천, 친일 작가ㆍ음악가 관련 기념비 6개 철거 모두 마쳐
올해 3ㆍ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친일 잔재 청산에 나섰던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발걸음이 일본 경제 보복 조치를 계기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시는 8일 일제가 신사를 짓고 참배를 강요했던 남구 광주공원에서 ‘친일 잔재 청산 단죄문 (斷罪文)’ 제막식을 가졌다. 제막식에는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일제강점기 잔재 시설물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고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설치하는 단죄문은 광주공원을 시작으로 광주시내 65곳에 세워질 예정이다. 광주시는 앞서 친일 잔재 조사 태스크포스(TF)와 전문기관을 통해 비석과 교가, 군사ㆍ통치시설 등 65개의 일제 잔재물을 확인했다.
광주공원에 있던 신사는 해방 후 시민들에 의해 철거됐으나 계단과 광장은 그대로 남았다. 이 계단에는 현재 ‘일제 식민 통치 잔재물인 광주신사 계단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경기도는 연말까지 도내에 유ㆍ무형의 친일 문화 잔재가 어떤 것이 있는지, 현재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전수조사하는 것을 뼈대로 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내년부터 용역 결과를 토대로 친일 잔재 청산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경기도는 앞서 3월부터 월례조회인 ‘공감ㆍ소통의 날’ 등 공식행사에서 친일파 이흥렬이 작곡한 ‘도가(道歌)’ 제창을 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는 새로운 도가를 만드는 한편 남양주시 진접읍 봉선사 입구에 있는 친일파 춘원 이광수의 기념비를 청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광수의 아내인 허영숙 요구로 1975년 세워진 이 기념비에는 이광수를 한국문학의 선도자로 추켜세우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다.
경기 부천시는 시내에 있는 시비(詩碑) 70개 가운데 서정주, 홍난파, 노천명, 주요한 등 친일 문학인이나 음악가 시나 노래가 적힌 6개 시비 철거를 최근 마무리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부천시의회 앞에 있는 친일 음악가 홍난파가 작곡한 고향의 봄 가사가 적혀 있는 시비를 철거하는 것을 끝으로 친일 시비 6개 철거를 모두 마쳤다”라며 “철거한 자리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정지용의 ‘향수’, 나태주의 ‘풀꽃’ 등 시비를 대신 설치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는 전날 시립 마산음악관(옛 조두남 기념관)에 전시 중인 친일 음악가 조두남의 흉상, 밀랍인형, 그가 쓴 노래 ‘선구자’ 악보 등을 모두 내렸다. 창원시는 선구자 가사에 나오는 일송정, 용두레 우물 등 마산음악관 야외에 있는 조두남 관련 기념물도 시민 의견을 모아 정비하거나 철거할 계획이다.
전국 시ㆍ도교육청도 일제 잔재 청산에 나선 상태다. 충남도교육청은 앞서 전수조사를 벌여 도내 초ㆍ중ㆍ고교 713곳 중에 29곳에서 군복을 입은 일본인 학교장이나 칼을 찬 일본인 교사 사진, 일장기를 공개장소에 게시된 것을 확인하고 철거작업을 벌였다.
전남도교육청도 전수조사를 통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 동상, 친일파 공덕비 등 친일잔재 115건을 확인하고 청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친일 인사가 교가를 작곡ㆍ작사한 사실이 확인되면 바꾸도록 학교 측에 권고하기로 했고 광주시교육청은 교가를 포함해 교과서 속 친일 작품이나 행정용어 등 무형의 친일 문화까지 조사해 청산할 방침을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기획실장은 “지자체들이 청산에 앞서 무엇이 친일 잔재인지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라고 평가했다.
방 실장은 “다만 김영삼 대통령 시절 ‘역사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하지 않고 이전ㆍ복원했다면 역사교육 측면에서 더 나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는데, 이처럼 무분별한 청산이나 반달리즘(문화유산이나 예술품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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