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이 8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ATP 투어 로저스컵 2회전에서 다니엘 에반스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몬트리올=AP=연합뉴스

‘슈퍼스타’라 불리는 스포츠 선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다득점과 화려한 플레이, 친절한 팬 서비스 등이다. 하지만 뛰어난 선수와 슈퍼스타를 가르는 단 하나의 차이는 바로 승부처에서의 활약 여부, 즉 ‘클러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강심장에,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있어야 역전을 만드는 슈퍼스타의 칭호를 얻을 수 있다.

남자프로테니스(ATP)의 라파엘 나달(33ㆍ스페인ㆍ2위)은 대표적인 슈퍼스타이자, 클러치 플레이어다. 나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의 선수’일 정도다.

나달이 위기에 강하다는 것은 통계로도 증명됐다. 테니스에서 보통 가장 암울한 상황이라면 리턴 게임에서 0-40으로 뒤지고 있는 경우를 상상하게 된다. 상대의 서브를 받기조차 쉽지 않은 데다 한 점만 내주면 게임을 잃어, 보통 선수들은 포인트를 포기하고 다음 게임을 위해 체력을 비축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달은 다르다. ATP는 세계랭킹 50위까지의 선수들의 2019 시즌 게임을 분석한 결과, 모두가 패배를 받아들일 때 포기하지 않는 선수는 나달이라고 결론 내렸다. ATP에 따르면 나달은 0-40으로 뒤지고 있을 때, 5회 브레이크에 성공한 유일한 선수다.

실제로 올해 ATP 투어 매치에서 0-40에서 역전 브레이크에 성공한 경우는 전체 6,072번 중 84회에 불과하다. 확률은 1.38%다. 반면 나달은 102번의 0-40에서 5회 브레이크에 성공, 4.9%의 높은 확률을 기록 중이다. 4회를 기록한 다비드 고핀(28ㆍ벨기에ㆍ18위ㆍ4.04%)이나 라슬로 제레(24ㆍ세르비아ㆍ37위ㆍ3.33%)보다 높다.

공교롭게도 나달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ATP 투어 로저스컵에서 최소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면 로저 페더러(38ㆍ스위스ㆍ3위)에 세계랭킹 2위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해있다. 출발은 좋다. 8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단식 2회전에서 다니엘 에반스(29ㆍ영국ㆍ53위)를 2-0(7-6<8-6> 6-3)으로 제압하고 3회전에 진출했다.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한 나달은 16강에서 기도 펠라(29ㆍ아르헨티나ㆍ24위)와 맞붙을 예정이다. 이미 멀리 달아나 버린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2ㆍ세르비아)를 쫓아야 하는 입장의 나달로선, 로저스컵이 2위 수성의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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