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육재정은 그와 상관없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칸막이식 재정운용’의 비효율성을 비판한 발언으로, 고령화 등으로 급증하는 재정지출 수요를 재정수입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세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예산당국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19개 특별회계와 67개 기금이 중앙정부 총지출의 40.6%를 차지하고 있다”며 “한쪽은 재원이 부족하고 한쪽은 넘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 차관이 재정 비효율의 대표 사례로 꼽은 교육재정의 경우, 내국세 총액의 20.46%를 교육재정에 배정하도록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따라 핵심 수요자인 학생들의 인원수 증감과 관계 없이 세금이 많이 걷히면 교부금도 늘어나는 구조다. 기재부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수는 2015년 614만명에서 지난해 563만명으로 51만명(8.3%)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교육재정교부금은 세수 호조에 따라 39조4,000억원에서 49조5,000억원으로 10조1,000억원(25.6%) 증가했다.
구 차관은 “최근 3년간 연 평균 세수 증가율이 연평균 10.4%에 달했지만 경제 저성장 기조로 인해 앞으로 급격한 세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재 769만명인 노인인구가 2025년 1,000만명을 넘는 등 보건ㆍ복지 지출 부담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출이 세입을 크게 앞지르며 재정이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구 차관은 체계적 재정 관리를 주문했다. 2017년 기준 일반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수준이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10.5%)에 비해 매우 양호하지만, 앞으로 성장률 하락, 고령화 속도, 남북관계 등을 생각하면 적정 수준의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 차관은 “선택과 집중에 더해 불필요한 사업 소요를 단호히 끊어낼 필요가 있다”며 재정 지출 효율화를 강조했다. 그는 “각 부처별로 지엽적으로 만들어진 유사ㆍ중복 사업이 비효율의 주원인”이라며 “전 부처 재정사업을 대조 검토해 지출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지출구조 비효율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의 예산회계시스템, 지방정부의 ‘e호조’, 교육재정 시스템 ‘에듀파인’을 연계해 통합 재정정보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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