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국인청, 1년간 인도적 체류만 허용
지난해 중학교 친구들의 청원에 힘입어 난민이 돼 주목 받은 이란 출신 김민혁(16ㆍ한국이름)군의 아버지가 재심사에서 또 미끄러졌다. 법무부는 김군 아버지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인도적 체류만 허용했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김군 아버지 A(53)씨가 지난 2월말 대한민국에 신청한 난민인정에 대해 8일 불인정 처분을 통보했다. 다만 A씨가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인도적 체류는 허용했다.
인도적 체류는 난민에 해당하지 않지만 고문 등의 비인도적인 처우나 그 밖의 상황으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A씨는 체류 자격을 갱신하는 시점부터 1년간 한국에 체류할 수 있게 됐다.
전날 출석 통보를 받은 김군과 A씨는 함께 한국에서 지낼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이날 출입국외국인청 별관을 찾았지만 기다리던 소식은 듣지 못했다. 출석 전 “그간 너무나 힘든 과정을 겪었기에 이번 신청을 마지막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던 A씨는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글썽였다. “아빠와 같이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김군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난민 불인정 통보 직후 충혈된 눈으로 “아빠랑 같이 난민 인정이 되길 바랐는데”란 말을 어렵게 꺼냈다.
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 불인정 사유로 A씨 주장이 난민협약 및 의정서가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란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A씨가 천주교 신앙생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는 게 김군 측 설명이다. A씨는 이란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후 이슬람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했고, 개종으로 인해 본국에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A씨 측은 심사 결과에 반발했다. 법률대리인 이탁건 변호사는 “난민 인정 사유가 있는데도 불인정 처분을 내린 걸 납득할 수 없어 이의신청을 하고 그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군과 아버지를 도와온 서울 아주중학교 오현록 교사도 “민혁군과 아버지의 난민 신청 사유는 동일하다. 천주교 개종으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A씨가 신앙 생활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군이 난민으로 인정되지 못했을 때 “공정한 심사를 받게 해달라”는 청원을 올리고 A씨 난민 인정을 위해 1인 시위도 벌였던 김군 친구들 역시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들은 A씨가 난민으로 인정되면 ‘난민이라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짓밟히는 인권, 그런 인권 유린을 부추기는 자국민 우선주의, 그 모든 것을 귀찮아하며 모른 체 하는 우리 사회의 무심함’을 지적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읽을 예정이었다.
만약 이의신청이 기각되고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 A씨는 1년 후 재차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김군이 성인이 되는 3년 후부터는 미성년자 자녀 양육을 사유로 하는 체류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김군 측은 A씨에 대한 심문 자료를 출입국외국인청에 요구하고 30일 내로 이의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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