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은성수(58) 수출입은행장은 ‘국제금융통’으로 분류되는 경제관료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와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나라 안팎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위기를 헤쳐나갈 적임자로 기대된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 후보자는 행정고시 27회에 합격, 1984년 재무부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 등 금융 관련 핵심 부서를 거쳐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국제기구인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시니어 이코노미스트(2006~2009년)와 상임이사(2014~2016년)를 지낸 경력도 있어 상당한 글로벌 금융인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9월부터 내정 때까지 수출입은행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현직인 최종구 위원장과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금융당국 내에서 은 후보자는 ‘온건한 합리주의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위적인 시장 개입보다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정책을 선호하는 편으로 전해진다. 실제 수출입은행장으로 일하는 동안 “살아날 기업은 살리고, (시장 경쟁력이 없어) 죽을 기업은 죽이는” 구조조정 철학을 고수했다. 올해 1월에도 침체된 조선업 지원방안을 두고 “금융이 산타 할아버지는 아니다”라며 “국민 혈세를 퍼준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균형 있게 접근할 것”이라고 원칙을 분명히 했다.
동료들에게 은 후보자는 온화한 인품에 철두철미한 업무 스타일을 갖춘 인사로 기억된다. 기재부에서 국제금융정책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중요한 국제회의가 있으면 장관 동선을 3가지 경우의 수로 분석하며 수행하는 등 ‘의전의 달인’으로 불린 일화는 유명하다.
조직 쇄신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한국투자공사 사장(2016년)과 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과 동시에 임원진으로부터 일괄사표를 수리하며 강도 높은 물갈이를 단행했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경우 최근 부위원장과 사무처장, 주요 국장들의 인사가 이뤄진 터라 당장 큰 폭의 인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수나 능력 면에서 이견이 없는 분”이라며 “기존의 금융위 정책 기조를 큰 폭으로 흔들기 보다는 일관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 출신인 은 후보자는 군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하와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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