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조화 사업 충돌 재점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놓고 삐걱댔던 서울시와 행정안전부가 다시 충돌했다. 행안부가 ‘일정을 늦춰달라’며 공식적으로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시는 즉각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서울시로선 최선을 다해 행안부의 의견을 경청하고 사실상 대부분 요구를 수용해 실무적 반영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행안부가 공문까지 보내 반대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은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못박았다. 행안부가 지난달 30일 시에 ‘사업 일정을 늦춰 충분히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게 알려진 직후다.
시는 ‘교통섬’인 현재의 광화문광장을 재조성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쪽 차로를 광장에 포함시켜시민광장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던 경복궁 앞 월대(궁전 건물 앞에 놓는 넓은 단)를 복원해 역사광장을 조성하는 건 또 다른 축이다. 문제는 월대 복원을 위한 임시우회도로가 정부서울청사 일부를 지나는 데 있다.
행안부는 협조 요청 공문에서 “대중교통 체계 미흡, 미래 청사진 부재, 소통 없는 일방적 추진 등 문제점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며 “서울청사 입주기관에서는 서울청사의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대체 어린이집에 대한 여러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이 발표된 후 밝혔던 행안부 입장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당시 행안부는 당선작대로 월대 발굴조사를 위한 우회도로가 조성되면 청사 경비실과 민원실, 어린이집 등을 철거해야 되는데 합의된 바 없다고 반발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임시우회도로 설치공사 역시 총 사업비 규모를 포함해 월대 복원사업, 교통 대책 등 국민과 시민의 이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을 얻는 과정이 선행된 뒤 착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진 부시장은 이날 “3~5월 3차례의 청와대 주관 차관급 회의를 통해 큰 틀의 합의를 했고, 5~7월 10번이 넘는 실무협의를 통해 행안부의 요구사항을 100% 수용했다”며 “청사의 통신과 설비 시설은 리모델링해 재배치하고, 민원실과 경비실 자리에는 어린이집을 추가로 설치하는 데까지 실무선에서는 논의가 됐다”고 강조했다. 시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민위원회와 59번 회의하고, 전문가 모임인 광화문포럼과 20차례, 지역주민과도 동별로 7번 만나는 등 소통 해왔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시는 행안부와 계속 협의해나가겠다고는 했지만 불편한 속내를 감추진 않았다. 이대로라면 내년 초 공사를 시작해 2021년 5월 새 광장을 선보이겠다는 시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기는 2022년 6월까지다.
시 고위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창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주요 국정과제로 삼을 만큼 비중을 뒀던 사업인데 행안부가 사소한 문제들을 걸고 넘어지며 딴지 거는 상황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와 관련해 진영 행안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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