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리얼돌을 둘러싼 쟁점은 자유 대 음란이 아니다. 리얼돌 수입 판매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실제 여성과 유사성이 있는 존재를 대상화하고 착취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거나 왜곡할 수 있어서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국 사회에서 ‘리얼돌’이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었지만, 사실 리얼돌은 그렇게 새로운 상품은 아니다. 이미 2004년에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성매매 단속이 강화되자 이를 피하여 “인형체험방”, “인형의 방” 등의 이름으로 리얼돌을 이용한 변종성행위업소가 한동안 성행한 적이 있었다. 여성의 가슴과 성기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움직이는 관절뿐만 아니라 고급 실리콘을 이용해 사람의 피부와 같은 질감까지 재현한 리얼돌은 소위 그 당시 인터넷 후기 게시판에서는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실제 사람에게는 할 수 없었던 행위까지 시도해봤다는 후기들이나 손님들 중 40% 이상이 가학적 사도마조히즘과 같은 특정한 성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몽둥이나 회초리 등 다양한 보조기구를 구비하여 손님들을 유치하고 있다는 업주들의 경험들이 공유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리얼돌 이용 업소에 대해서 성매매특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었는데, 사람이 아닌 인형의 성을 파는 것은 성매매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인형을 대상으로 별다른 죄책감이나 두려움 없이 가학적 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성문화가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부정적 여론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여성을 본떠서 만든 인형을 거리낌 없이 다루는 잔인성과 폭력성이 인간여성을 상대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당시 경찰은 리얼돌과 그 외의 성인용품 등을 음란물로 보고 형법상 음화반포죄 혐의를 적용하여 단속하였는데, 이러한 업소들이 손님들에게 리얼돌 이외에 포르노와 각종 성인용품 등을 함께 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법적 규제에 큰 문제는 없었다.

최근 리얼돌의 수입금지를 둘러싼 논의 상황은 2000년대 중후반과는 차이가 있다. 리얼돌을 개인들에게 판매하고자 하는 성인용품 수입업체와 이를 음란물로 제한하고자 하는 국가의 대립이기 때문이다. 리얼돌 업소는 여러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공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건전한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의 기준으로 제한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개인들은 사적인 공간에서 성을 비롯한 사생활을 자유롭게 누릴 권리를 가진다. 개인의 사생활을 국가가 공중질서와 사회의 가치를 훼손하는 음란성의 기준으로 제한하는 것은 개인적 권리에 대한 과도한 침해이다. 우리 형법이 음란물의 제작이나 유포, 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 행위 일체를 처벌하고 있음에도 개인의 음란물 소지를 불법화하고 있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에 근거하여 지난 6월 27일 대법원은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청구에 대해 고등법원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하였다. 리얼돌이 음란물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음란물과 달리 사적이고 은밀한 개인적 활동에 사용되는 성기구이기 때문에 비록 판매라는 공적 행위라도 그 규제의 정도를 일반 음란물보다는 낮추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판결이 확정된 직후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출되었으며 총 26만 명 이상이 서명에 참여함으로써 리얼돌 논란은 오히려 본격화되었다. 리얼돌이 인간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리얼돌에 연예인이나 지인의 얼굴을 맞춤 제작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힘을 얻었다. 또한 아동 형태의 리얼돌 광고와 판매가 알려지면서, 오히려 이제까지 수입금지 이외에 국내 리얼돌 제작이나 판매, 리얼돌 사용기 공유에 어떠한 규제나 제한이 없었다는 사실이 문제시되고 있다.

지금 리얼돌을 둘러싼 쟁점은 자유 대 음란이 아니다. 리얼돌 수입 판매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실제 여성과 유사성이 있는 존재를 대상화하고 착취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거나 왜곡할 수 있어서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얼굴과 몸을 그대로 재현하는 리얼돌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거래함으로써 억압과 폭력, 사회 불평등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해외에서 여성 형태의 섹스로봇이 2만 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리얼돌이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될 미래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이미 서양에서는 인공지능 섹스로봇에 대한 착취 논란은 진작부터 진행되고 있다.

리얼돌 문제는 우리 사회가 계속 논쟁하고 합의해 나가야 하는 근본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권리 보장과 보호의 대상을 어느 범위까지 확대해야 하는가에 대해 쉽게 답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국가가 더 이상 음란성의 잣대로 리얼돌을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성적 대상화와 착취를 통한 인간의 존엄성 훼손을 음란성 문제로 다룰 것인가? 리얼돌 수입금지와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문제를 음란물 규제로 해결하려는 낡은 잣대를 버리고 현실 여성들이 경험하고 있는 존엄성과 가치 훼손을 판단할 새로운 기준을 본격적으로 찾아나가야 할 때이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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