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의 대규모 재개발ㆍ재건축 지역들이 내년 ‘정비구역 일몰제’ 시행을 맞아 사업 추진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처음 일몰제로 인해 재개발사업이 무산된 은평구 증산4구역처럼 향후 정비구역 해제 사태가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까지 예고하면서 정비사업 중단을 고려하는 지역도 나오고 있다. 올해 신규 정비사업 지정은 한 곳도 없지만, 일몰제로 해제되는 구역은 갈수록 늘어나면서 중장기적으로 도심 주택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서초구 등 각 자치구에 내년 정비구역 일몰제 대상이 되는 사업지를 통보했다. 내년 일몰제 해당 단지는 현재 재건축 23곳, 재개발 14곳, 시장정비 1곳 등 총 38곳에 달한다. 이 중에는 압구정3구역과 성수전략정비구역2지구 등 ‘대어급’ 지역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 사업지는 추가 진전이 없을 경우, 내년 3월2일부로 정비구역에서 일괄 해제된다. 일몰제는 정비구역 지정일로부터 2년 이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거나, 추진위원회 승인 후 2년 이내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이뤄지지 않을 때 적용된다. 조합 설립 이후 3년 안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못해도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수 있다.

일몰제 시행이 임박하자 대상 정비구역 조합원들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제2지구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을 위한 토지 등 소유주의 동의율 72%를 채운 상태다. 조합설립 신청을 위한 동의율 75%를 채워야 일몰제를 피해갈 수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한강변에서 유일하게 최고 50층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곳이어서 주목도가 더 크다.

장위3구역은 지난 5월 9일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고 길음5구역은 지난달 조합설립 인가 신청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흑석뉴타운 1구역은 지난달 주민총회를 열고 추진위원장을 새로 선출해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모으는 중이다. 청량리역세권인 전농8구역과 전농12구역도 현재 50% 가량 동의서를 받는 등 일몰제 피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비구역이 줄줄이 해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압구정3구역은 최근 추진위원회를 개최해 주민총회를 열기로 의결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도 적지 않다. 초과이익 환수제에 이어 분양가상한제 등 겹규제에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서 지난 6월 은평구 증산4구역은 일몰제에 따라 재정비 구역에서 해제됐고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궁전아파트’도 정비구역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 세운2구역 역시 정비구역 해제와 관련한 주민공람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의 정비구역이 줄줄이 해제되면 그만큼 새 아파트 공급도 줄어든다. 자연히 주택수급 불균형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신규 분양 역시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공급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 번 일몰제로 정비구역이 해제되면 다시 개발할 가능성이 매우 떨어져 중기적으로 서울 도심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새 아파트를 찾는 잠재 수요는 항상 있는데 재건축ㆍ재개발 규제는 강화되고, 일몰제로 구역이 줄지어 해제되면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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