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7일 취임 후 처음 일본을 찾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일본 정부 핵심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더해 5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연이은 갈등 국면에서 일본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오스트레일리아 방문에 이어 7일 일본을 찾아 이날 오전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중국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에스퍼 장관은 “(중국의) 군사적 행동이나 계획적으로 하는 악탈적 경제 행위가 우리가 지키려는 국제 규칙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 핵 문제도 의제에 올리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은 전했다. 기존 미국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아베 총리도 “미일 동맹 관계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화답했고 에스퍼 장관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장관은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중국의 행동이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며 중국을 타깃으로 삼았다. 이와야 장관은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에 초점을 맞춰 한미일 3국이 협력해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한편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이 파기되면서 중국을 겨냥해 한국과 일본 등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에스퍼 장관은 선을 그었다. 지난 3일 오스트레일리아 방문길에서 에스퍼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에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으나, 오스트레일리아 방문을 마치고 일본으로 이동하는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는 “우리는 이 무기체계를 배치할 가장 좋은 장소가 어디인지 동맹국들과 논의를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며 “난 결코 누구에게도 아시아 내 미사일 배치에 대해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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