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 도착한 작가 토니 모리슨이 환히 웃음짓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흑인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미국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혔던 토니 모리슨이 5일(현지시간) 별세했다. 모리슨은 폐렴 합병증을 앓던 중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병원에서 가족들과 친구들에 둘러싸인 채 눈을 감았다. 향년 88세.

1931년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태어난 모리슨은 1970년 서른 아홉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장편소설 ‘가장 푸른 눈’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빌러비드’(1987), ‘술라’(1973), ‘솔로몬의 노래’(1977), ‘재즈’(1992) 등 11권의 소설과 다수의 수필을 썼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생애를 다룬 희곡 ‘꿈꾸는 개미’를 쓰기도 했다. 대형 출판사 랜덤하우스의 교과서 부문 편집자로 일했으며, 프린스턴대 교수로도 재직했다.

모리슨은 미국 사회 흑인 여성들의 삶을 문학으로 구현해냈다. ‘가장 푸른 눈’은 백인처럼 푸른 눈을 갖고 싶어 하는 흑인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소설이다. 두 흑인 여성의 우정을 다룬 두 번째 소설 ‘술라’는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다.

대표작 ‘빌러비드’는 1856년 미국 신시내티에서 흑인 여자 노예가 탈출했다가 노예사냥꾼에 붙들릴 위기에 처하자 두 살 난 딸아이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려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98년 오프라 윈프리 주연의 동명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흑인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의 참혹한 역사를 복원해낸 이 소설로 모리슨은 퓰리처상 등 유수의 상을 받으며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랐다.

1993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환상의 힘과 시적 함축으로 미국 현실의 본질적 측면에 삶을 부여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2012년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현대문학의 지평을 넓힌 공로로 ‘자유의 메달’을 받기도 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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