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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숨은 1%p 찾기

입력
2019.08.08 04:40
수정
2019.08.08 08:2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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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는 한국일보 중견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이 2016~2020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연평균 2.7~2.8%, 올해와 내년만 떼어 보면 2.5~2.6%라는 추정 결과를 지난달 공개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등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유지되는 성장률로, 한 나라 경제의 최대 성장능력을 뜻한다. 재작년 이맘때 한은이 발표한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2016~2020년 연평균 2.8~2.9%였으니 우리나라의 성장능력은 2년새 0.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1980년대 9%대, 90년대 7%대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2000년대 4%대로 급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를 겪은 2010년대엔 3%대 중반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 규모가 이미 선진국급이라 예전과 같은 성장세를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론도 제기되지만, 우리 경제에 내재된 능력치가 속절없이 낮아지면서 자신감도 따라 위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경제 당국도 2%대 중반으로 내려앉은 잠재성장률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은만 봐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기 전까진 국내 경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부근에 있다는 판단을 고수하며 보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는 걸 꺼렸다. 실제 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수치를 국내총생산(GDP)갭이라고 하는데, 한은은 경기가 썩 좋진 않아 GDP갭이 마이너스이긴 해도 금리를 내려야 할 만큼 그 폭이 크진 않다고 봤다. 경기가 심상치 않다는 아우성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높았지만, 한은은 지난달에야 인하에 나섰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은 상반기 1.9%, 하반기 2.4%, 연간 2.2%로, 낮아진 잠재성장률(2.5~2.6%)에도 한참 못 미친다.

새삼 떠오르는 것은 지난 3월 연례협의차 우리나라를 찾은 국제통화기금(IMF) 대표단이 “한국 경제가 역풍(headwinds)을 맞고 있다”며 최소 9조원(GDP의 0.5%)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기준금리 인하를 권고한 일이다. IMF와 협의를 진행했던 정부 당국이나 한은은 당시 IMF가 우리 경제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반응이었는데, 최근 한은 관계자로부터 IMF가 그처럼 적극적인 부양책을 제안했던 이유의 일단을 짐작케 하는 얘기를 들었다. IMF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3.5%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 한은 추정치와 비교하면 1%포인트 높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금처럼 수습불가 상황으로 치닫지도 않았고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할 거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지난 봄에도 IMF는 한국 경제의 GDP갭이 마이너스 방향으로 1%포인트나 벌어졌다며 경제주체들의 분발을 요청하고 있었던 셈이다. 어쩌면 당국은 IMF가 한국 경제를 ‘과소평가’ 아닌 ‘과대평가’ 하고 있다고 반응하는 편이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IMF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세계경제 복판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 국제기구가 한국 경제의 도약 가능성을 우리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킨다. 한국이 실업률 집계 방식을 보다 실질적으로 바꿀 경우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GDP갭이 더욱 확대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골자다. 현재 우리 통계당국은 실업 여부를 가를 때 △직업이 없고 △2주 이내 일을 시작할 수 있고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실업자로 판정하는데, 보고서는 이 중 2가지만 충족해도 실업자로 분류해야 하며 이처럼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GDP갭이 마이너스 방향으로 0.5%포인트 이상 추가로 벌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력 단절 여성이나 시간제 근로자 등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은 이들이 노동력을 온전히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한국이 스스로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우회적 제언이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사태를 기점으로 경제 당국은 전향적인 재정ㆍ통화 완화책을 통해 우리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기업 투자를 독려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성장 능력을 보다 확충하는 방향으로 민관의 노력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이훈성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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