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자신의 트위터 통해 밝혀…한일 갈등 국면에서 관심 집중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일본 네오팝의 대표 작가 나라 요시토모(60ㆍ奈良美智)가 7일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밝혔다.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실각시켰을 때도, 재벌의 부정이나 권력에 국민이 노(NO)를 부르짖어 세계에 그 결과를 보여주었을 때도, 당연하지만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나라는 이날 트위터에 과거 한국의 화장품 회사가 자신의 작품을 도용해 벌어졌던 소송을 언급하면서 “한국 땅에서 한국 법으로 재판이 이루어졌고, 내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져 상대 측에선 요구한 바를 모두 들어줬다. 법은 정의라고 느꼈다”고 언급했다. 그는 2016년 한국에서 만든 화장품에 자신의 작품과 유사한 그림이 쓰인 것을 보고 해당 회사에 경고문을 보냈으나 오히려 ‘역고소’를 당했다. 당시 이 화장품 회사는 내부 디자인팀에서 개발한 자체적인 그림이라고 주장했었다.
나라는 또 “그 때 일본에서는 그 일을 두고 한국을 헤이트(혐오)하는 트윗이 많이 있었지만, 그 재판의 향방과 결과엔 이상할 정도로 무관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물론 ‘100% 그 나라가 좋아!’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 “한국에도 일본에도 어느 나라에나 다양한 사람이 있다. 나도 차별을 받은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 나라 자체를 증오하는 바보는 아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시야를 넓게 갖는 게 이 지구를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ㆍ수출 심사 우대국) 배제를 기점으로 일본 내에서 고조되는 ‘혐한’ 분위기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끝난 후 감동적인 포옹을 나눈 한일 양국의 빙속 스타 이상화(31)와 고다이라 나오(34)의 예를 들면서 국경을 넘어선 우정에 대해 상기시키기도 했다. 나라는 “두 선수의 우정을 보면서 한국에서 온 유학시절 친구들이 바로 떠올랐다. 그리고 미술계에서 내가 성공한 것을 그들이 기뻐하며 자랑스럽게 여겨주는 것이 생각났다”며 “친구랑 좋은 거구나, 항상 그런 생각이 든다”고 글을 마쳤다.
‘네오팝의 스타’라고도 불리는 나라는 치켜 올라간 눈꼬리를 가진 뾰로통한 표정의 악동 캐릭터로 유명해졌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을 포함, 미국과 유럽 등 세계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12년간의 독일 생활을 통해 반전사상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나라는 2013년 아베 정권의 특정비밀보호법 추진 당시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소설가 무라카미 류(村上龍) 등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 89명과 법안폐기 활동을 펼친 바 있다. 2015년 노숙자 자립을 돕는 잡지 ‘빅이슈’ 일본판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려는 노력이 점점 사라지는 일본의 현실과 지금도 과거를 참회하는 역사기념비가 새로 세워지는 독일의 차이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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